기업들의 실적 악화, 그리고 이어진 희망퇴직,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 소비로 인해 경제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하는 2025년부터는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할 예정이라 수출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렇게 경제 환경이 정말 녹록지 않은 상황인데 12·3 내란 사태까지 일어났으니 그야말로 불난 자기 집에 스스로 기름을 부어버린 셈이다.
12·3 이후 코스피지수는 계속 하락을 거듭해 2400포인트마저 깨지고 말았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환율 급등과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주가는 다시 하향세를 걷고 있다. 특히 다른 나라들이 산타랠리를 누리는 동안 우리나라는 철저히 소외되어 버렸다.
이달 초에 달러당 1400원을 조금 넘길 정도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제 1500원 돌파 초읽기에 들어갈 정도로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중이다. 원화가 싸지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와 돈을 쓰기 마련이지만 불안한 정세 탓인지 그렇게 많았던 외국인들을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환율이 이렇게 급등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처음이다. 1997년에는 환율이 1997원까지 올라갔고 2008년엔 1598원을 터치했다.
과거에는 아시아와 세계가 동시에 위기를 겪던 때였지만 올해는 유독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 하락이 두드러져 보인다. 올해 1년 동안 환율이 10% 넘게 올랐는데 딱히 내려갈 가능성이 없어 보여서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이렇게 환율이 오르면 수출 중심의 기업들은 매출액이 커지고 현금 유입액이 많아져서 좋을 수 있다. 반대로 수입 중심의 기업들은 매입 부담이 커지고 현금 유출도 커진다. 예를 들어 10월1일에 수출한 기업이 12월31일에 대금을 입금받는다면 3개월 동안 오른 환율 변동분만큼의 환차익을 더 입금받게 된다. 반대로 수입한 기업은 같은 금액만큼의 환차손을 더 부담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시기는 2009년 1분기였다. 2008년 1분기보다 환율이 평균 48%나 올랐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SK이노베이션의 2009년 1분기 외화 관련 순손실은 3770억원으로 직전 동기 대비 159%나 급증하며 큰 적자를 내고 말았다. 수입 비중이 매우 높은 한국가스공사도 외화 관련 순손실이 116%나 늘어나면서 손익에 큰 타격을 입었다. 수출도 꽤 하는 대기업이야 원화 약세를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매출이 줄어드는 극심한 침체를 겪는 중에 환율까지 급등하면 원재료 가격 부담으로 손익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온 나라가 합심해야 하는 마당에 내란 사태가 터지고 말았으니 대통령과 정부가 한심하고 원망스럽지만 한편으로는 희망도 엿볼 수 있었다. 바로 계엄령 당일 계엄군에 맞서 국회를 지키고 이후 매일 집회에 참석 중인 수많은 시민들의 모습이 그렇다.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지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지만 마치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처럼 다시 힘을 모았다. 항상 국가가 어려울 때 위기를 극복한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왔다. 이런 저력으로 우리는 이번 경제위기도 분명히 슬기롭게 넘길 것이다. 우리는 늘 그래 왔다. 입법, 행정, 사법부도 조속히 탄핵 정국을 수습하면서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박동흠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