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네 놀이터에서 노는 장애아동은 없는 걸까요?”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무장애연대)가 놀이터에서 보기 어려운 장애아동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것은 2005년 즈음이었다. 어린이들을 위해 조성된 놀이터에서는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모든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은 없을까? 다행히 우리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사회적으로 주민참여를 통해 도시 곳곳을 바꾸는 움직임들이 있었고, 특히 공원과 놀이터의 접근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시민들의 움직임, 법·시설물 설계 등 연구진의 노력 등이 수년간 축적되어 2015년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장애·비장애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꿈틀꿈틀놀이터’가 문을 열었다. 놀이터가 단순히 ‘터’나 ‘공간’이 아닌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소통하며 놀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꿈틀꿈틀놀이터는 큰 공감과 응원을 받으며 서울어린이대공원 안에 조성됐고, 장애가 있는 어린이도 편하게 놀이터를 방문하고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됐다. ‘장애와 비장애의 통합’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놀이터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놀이터가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꿈틀꿈틀놀이터 조성 이후 여러 지자체와 기관에서 통합놀이터를 조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교육, 스포츠, 여가 등 다양한 영역까지 점차 장애·비장애아동이 함께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됐고 놀이기구 제작업체들도 통합놀이기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장애아동과 양육자, 당사자들뿐 아니라 사회 관심이 높아져야 변화가 만들어진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최근 팬데믹과 대기오염으로 실외가 아닌 실내놀이터의 필요성과 관심이 증가했다. 민간업체들이 운영하는 키즈카페는 자주 이용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며 지역마다 편차가 컸고, 장애가 있는 아동이나 보호자는 키즈카페 이용이 쉽지 않다. 아이들 간 놀이의 불균형에 대해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다시 한번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장애아동·보호자도 이용할 수 있는 실내놀이터를 만드는 데 힘쓰기로 했다.
1년6개월여 시간에 걸쳐 조성한 ‘서울 신트리공원 통합 실내놀이터’가 올 초 완공과 상반기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다. 놀이터 조성을 위해 무장애연대, 아름다운재단, 서울시, 양천구가 힘을 모았다. 민간과 공공 영역이 각자의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장애·비장애아동을 위한 놀이공간을 함께 조성한 덕분에 시행착오는 줄이고 품질은 높이며, 필요한 가치는 효과적으로 담아낸 놀이터가 탄생할 예정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서울시의 경우 보라매공원, 북서울꿈의숲 등 서울 각 권역 공원에 거점형놀이터를 조성하면서 통합놀이터를 적용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매년 통합놀이터를 1곳 이상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구리시에서는 경기도 첫 통합놀이터 조성 작업 중에 있다. 그동안 무장애연대 등 민간 영역에서만 추진되던 통합놀이터 연구가 이제는 정부 산하기관에서도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연구로 이어지는 등 공공 영역에서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것으론 부족하다. 무장애연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통합놀이터는 전국 31곳에 불과하며, 이는 전체 놀이터 중 0.03%로 현저히 낮은 수치다. 여전히 많은 아이와 보호자들이 적합한 놀이공간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변화들이 마중물이 되어 앞으로도 더 많은 통합놀이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모두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 시민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