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다수의 법률가들이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의 내란 행위라고 말하며, 검찰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기소장만 보아도 윤석열의 내란 범죄는 충분히 입증된다고 한다. 이런 법률적 맥락에 더해서 나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이 모든 친위쿠데타는 발생 시점에서 절대 실패할 수 없다는 반역사적·반국민적 판례를 남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으므로 반드시 윤석열 파면을 결정하리라고 본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이번 내란 사태가 대한민국에 안긴 손실은 경제, 사회, 외교, 안보, 문화 등 거의 모든 방면에서 실로 막대하다. 그리고 그 손실은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진행형이다.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로 야기된 오늘의 혼란 상황을 종식해야만 우리는 손실의 시대를 마감하고 민주적이고 역동적인 정상국가로 복귀하여 다시 대한민국 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내란 상황의 빠른 종식이 절실한 것이다.
우리가 오늘의 혼란 극복을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과 내란 범죄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조기에 합법적이고 온전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신속성과 공정성을 앞세워야 한다. 즉, 신속성과 공정성은 윤석열의 내란 혐의에 대한 헌재의 판단과 내란죄 수사·판결에서 지켜야 할 기준이며, 온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야 할 공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신속과 공정을 가로막는 해괴한 일이 여전히 국정을 쥐고 흔드는 윤석열 잔여세력에 의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장본인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원죄를 지었으며 그의 폭주에 대해 단 한 번도 제동을 걸지 못하고 하수인 노릇만 하다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런데도 국민에 대해 석고대죄는커녕 오히려 고개를 빳빳이 들고 내란 상황의 신속하고 공정한 종식을 방해하고 있다. 그들이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3명의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에 대한 임명과 내란 특검 수용을 거부하도록 압력을 가해온 것이 그 증거다.
국민의힘의 주류는 윤석열이 자기 당의 대표를 체포하려 했고 헌법을 어겨가며 국회 활동을 중단하려 했는데도, 그를 규탄하기는커녕 오히려 계엄 해제 결의를 독려한 당대표를 윤석열 탄핵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쫓아냈다. 탄핵 반대 당론과 선배 의원들의 가스라이팅을 극복하고 탄핵 찬성을 던진 12명의 의원을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그리고 탄핵 절차의 원활한 진행과 내란 수사의 체계적인 추진을 방해하며 국민의 반대편에 섰다.
국민의힘이 현재의 혼란 상황을 종결하기 위한 행동강령으로 신속성과 공정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대국을 보지 못하고 이 신속과 공정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어느 당파가 더 이익을 보고 손해를 보는가 하는 파당적인 계산에 골몰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윤석열이 조기에 탄핵당하거나 그 죄상이 확정되면,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고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은 필패라고 공공연히 떠든다. 그러니 혼란이 지연되어 시간을 벌면 좋고, 그러다가 혹여 윤석열이 돌아오면 더 좋다는 미망이 있는 것 같다. 자신들이 오늘의 사태를 저질러 놓고도 또 이런 탐욕에 빠져 오늘의 난국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끝내자는 국민적 열망과 대의에 맞서려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한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모습은 모리배와 다름없다.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꽤 많은 언론이 국민의힘의 모리배적 셈법을 비판 없이 받아쓰거나, 심지어 동조하고 나선다.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이런 보도야말로 내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절실한 신속성과 공정성을 자칫 대한민국 공동체의 공리가 아닌 국민의힘의 대칭점에 있는 특정한 정치세력의 전유물인 양 국민을 오도할 위험을 안고 있다.
맹자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是非之心, 非人也)”라고 했다. 나와 같은 연구자이건 정치가이건 언론인이건 지금 우리 사회 지도층을 구성하는 무리 중 맹자의 가르침으로 분류할 때, 사람 아닌 사람이 너무 많으며, 그것이 대한민국이 번영의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는 데 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달라져야 한다. 2025년에는 내란 상황의 극복과 새로운 정치질서의 확립 과정에서 사람 아닌 사람들이 퇴장하고 사리사욕에 앞서 공동체의 가치에 바탕을 두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는 사회가 도래하기를 소망한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