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보와 수석비서관 전원이 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최 권한대행이 공석인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해 헌재가 정원에서 1명 모자란 재판관 8인 체제가 되자 “권한대행의 대행 직위에서 마땅히 자제돼야 할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반발했었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 전원이 이날 사의를 표명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행태는 탄핵심판과 내란 수사를 어떻게든 지연시키려는 대통령 윤석열의 시도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헌재가 보낸 탄핵 관련 서류를 수차례 받지 않다가 서류가 송달된 걸로 간주하고 헌재가 변론준비기일을 열자 그제서야 변호인단을 꾸려 탄핵심판에 응했다. 윤석열 측 석동현 변호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공석인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재판관 6명 중 1명만 반대해도 탄핵안이 기각되고, 설혹 재판관 6명이 전원 탄핵안에 찬성하더라도 탄핵 정족수 문제로 다퉈볼 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윤석열 측은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우선”이라며 공수처 수사에 응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세 번 불응했고,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발부하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인 등을 통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다. 요컨대 탄핵심판과 수사를 최대한 늦추고 극우 지지층을 결집시켜 반전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제 한 몸 살겠다고 국가적 혼란을 길게 끌고가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이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윤석열과의 교감하에 움직이는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청와대 고위 참모들의 사의 표명에 대해 “지금은 민생과 국정안정에 모두 힘을 모아 매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사표를 수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정질서 회복과 국가적 혼란의 조기 수습보다 내란 우두머리의 사익을 좇는 이들은 더 이상 자리에 남아 국정을 논할 자격이 없다. 12·3 친위 쿠데타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이 국정에 음성적으로 관여하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건 진작 물러나야 했다. 최 대행은 이들 전원의 사표를 수리하고 내각을 중심으로 국정을 관리하기 바란다. 공수처는 정진석 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의 내란 관여 여부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