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키운 방위각 시설 등 확인 안 된 개인 견해로 ‘갑론을박’
조종사 단체들 “우려”…전문가 “구체적 사실 발표 기다려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 당국의 설명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각종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 궁금증을 덜어주는 정보도 있지만 너무 단정적이거나 지엽적인 요소를 침소봉대한 해설도 많아 혼란을 키운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국의 조사·분석 결과 등 사고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나기도 전에 개인적 견해에 기반한 분석을 너무 강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SNS와 각종 항공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참사의 원인에 대한 각기 다른 분석이 쏟아지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자신이 ‘공군 출신’ ‘외항사 직원’이라며, 사고기를 조종한 기장의 판단을 지적하거나 애초에 기체 결함이 있는 상태에서 운항했을 것이라는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주장했다.
일각에서 참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무안국제공항에만 설치돼 있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인천국제공항 등 다른 공항에 설치된 둔덕은 돌출된 콘크리트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직 항공사 기장이라고 밝힌 한 유튜버가 올린 ‘제주항공 2216편 분석 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도 누리꾼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이 유튜버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충돌) 상황에서 고 어라운드(Go Around·복행)를 한 점에 대한 의문’ ‘사고기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충분한 감속이 이뤄지지 않은 채 동체착륙을 한 점’ ‘콘크리트 재질의 둔덕은 사고의 근본 원인이 아니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이 유튜버가 현직 항공사 기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해 반향이 컸다. 이 유튜버는 이후 항공업계 관계자 등이 블랙박스 등 실제 증거를 통한 분석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분석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자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항공사 기장 출신인 고승희 신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지금 나오는 분석들이 아예 근거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구체적인 정황이 나오는 걸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사고 당시 기장의 판단을 들여다보려면 블랙박스와 음성기록장치(CVR) 분석부터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조종사 단체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지난달 30일 “유가족과 현직 조종사들에게 심적 고통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10개 국적사 노동조합이 속해 있는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KPUA)도 “섣부른 추측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포되는 것을 강력히 경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