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앳가심](https://img.khan.co.kr/news/2025/01/01/l_2025010201000049400002571.jpg)
낯설고 물선 찬 바닥에 누워 며칠 뜬눈으로 버티다 어제는 살짝 한뎃잠을 잤다. 무안공항 천막집 셸터. 나는 어쩌면 하늘의 앳가심(골칫거리의 이곳 방언). 누나네와 여동생, 가족 셋을 잃고 항꾸네(함께) 제주항공 비행기 사고의 유가족이 되어버렸다.
막내 여동생은 오랜 날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었다. 더 먼 옛이야길 꺼내자면 가슴 저편부터 아르르해. 철썩 달라붙은 옷도독놈까시(도깨비바늘)처럼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오빠 같이 가. 오빠 같이 가자고잉~” 항상 그러던 막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 큰애가 엄마 본받아 이번에 간호대에 합격했다. 그래 놓고 홀가분한 마음에 떠난 간만의 휴가. 밤비행기를 타고 떠나던 날 오전에 “오빠 추어탕 사갈까요?” “아니다. 밥 먹었다. 그냥 와라.” 언니네랑 항꾸네 휴가를 간다길래 지난번 여행 때 남은 미국돈이 좀 있어 주려고 불렀다. 팔을 끌며 밥 같이 먹자는 걸 바쁘다며 사양했지. 엄마랑 따라온 대학 합격한 딸이랑 밥 한끼 같이 못할 급한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이제와 후회가 막급이다. 마지막 본 그날 성탄절, 총총한 눈을 마주하며 뜨신 밥이라도 같이 나눌걸.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 세상이렷다, 여전한 안전불감증. 도미노처럼 욍게가는(옮겨가는) 재난들. 이제와서 시시덕거려봐야 되돌리지도 못해. 우리는 왜 이런 달구똥(닭똥) 눈물을 한없이 흘리면서, 찬 바닥에 내몰리고 버려져야만 하는 걸까. 나야 ‘앳가심’이라 그런다 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