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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내면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독자를 공감으로 이끈 대화술 돋보여

입력 2025.01.01 22:00

수정 2025.01.0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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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 심사를 맡은 양윤의(왼쪽), 차미령 문학평론가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 심사를 맡은 양윤의(왼쪽), 차미령 문학평론가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이미 전송한 심사평 첫 단락을 고쳐 적는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마음 깊이 애도한다. 충격과 분노로 시작해 참담한 슬픔으로 이어진 올해 겨울이 유난히 힘겹다. 계절이 시작되기 전 마감된 30편에 이르는 응모작들, 그들 중 적지 않은 수는 돌봄, 공생, 슬픔, 애도를 말하며 공동체의 가능성을 톺아보고 있었다. 우리에게 닥친 시련의 시간 속에 다시 짚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신인들의 글이므로 기본기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범박하게 말해, 비평은 텍스트에 개념, 가치, 공명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비평은 텍스트가 가진 정념을 합리성으로 번역하는 작업이면서, 텍스트가 가진 복합성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고, 텍스트와 독자를 하나의 문제로 묶는 작업이다. 마지막 순간 우리의 테이블에 남은 세 편은 이 각각의 장점들을 특징적으로 갖고 있었다.

‘데카르트 좌표계의 시학’은 선명한 개념을 바늘로 삼아, 동시대의 시편들을 모으고, 잇고, 정돈한 글이다. 비평에 개념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라 할 만했다. 그렇기에 텍스트들을 관통하는 ‘데카르트 좌표계’가 개성적이라기보다는, 친숙하고 낯익게 다가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가오는 사랑을 향한 걸음: 황인찬론’은 배제된 사랑의 형태를 통해 사랑의 본연을 회복하려는 황인찬 시의 동력학을 짚어낸 글이다. 좋은 시편을 고르는 안목, 서사와 논리를 결합한 사유의 전개 방식, 문체의 정교함 등이 고루 뛰어났다. 다만, 퀴어와 기독교적 가치의 마주섬이라는 방법론적 전략이 주제적 집중도는 높인 반면에, 전체 글을 단조롭게 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선택을 망설이게 했다.

‘디렉터스 코멘터리: ( )로부터-백은선론’은 독자에게 차분하게 말을 건네는 듯한 글이다. 감정을 과장하거나 소화하기 어려운 개념에 기대지 않고 백은선 시의 내면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런 읽기의 작업 가운데 독자를 공감으로 이끄는 비평적 대화술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비평의 문체가 반드시 이성의 소관만은 아니라는 것을, 비평에 필요한 것이 텍스트를 움켜잡는 악력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글이다. 이 신인 평론은 글을 마무리하며 “많이도 아팠던 기억을 꼭꼭 삼켜 내 것으로 만드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긴 밤을 통과하는 중인 우리에게도 그러한 사랑의 시간이 당도하기를.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 심사위원 양윤의·차미령(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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