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경제정책방향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기획재정부가 2일 발표한 2025년도 경제정책방향은 ‘현상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탄핵 정국으로 정부 정책기조의 연속성 자체가 불투명하고, 경제정책방향도 몇 개월 후 다시 짜야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기재부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위태로워진 대외신인도 하락 방지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에 대비한 방어적 성격의 경제 대응책 위주로 담았다.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대대적으로 내세웠던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기재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4대 정책 분야로 민생경제 회복, 대외신인도 관리,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 산업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이번 정책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계엄 사태로 소비 심리가 쪼그라들고 자영업자들이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등 민생경제가 어려워졌다. 국제사회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지연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압력에 대비할 국내 정치적 리더십도 없는 상태다.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도 기재부는 2017년 경제정책방향으로 리스크 관리, 민생 안정 등 현상 유지 목표를 내세웠던 전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깨알 감세’를 내수 진작 대책으로 내놨다. 오는 5월 만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고, 종합부동산세 1세대 1주택자 특례 적용 지방 저가 주택 대상을 공시가격 3억원 이하에서 4억원 이하로 확대키로 했다. 기회발전특구에 이전·창업하는 기업에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추진하고, 임금을 인상한 기업에는 세금을 깎아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깨알 감세’의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참여연대는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감세 정책으로는 결코 가라앉은 경기를 회복시킬 수 없다”며 “쇼크상태에 빠진 내수를 살릴 특단의 대책인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소비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역대급 ‘짠물 예산’ 편성으로 재정 여력이 넉넉치 않다. 기재부는 “정책금융 12조원 등 18조원 규모의 공공부문 가용재원을 투입해 경기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던 2017년 기재부가 경기 보강에 투입하기로 한 20조원보다 작은 규모다. 기재부는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선 “2016년 초과세수분을 활용해 3조원의 지방교부세 및 지방교부금을 조기에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비과세·감면 축소 등 일부 증세 정책과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경기 악화에 대비할 수 있는 초과 세수가 걷혔지만, 현 정부에선 세수 펑크가 나면서 재정 여력이 줄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제 여건 전반을 1분기 중 재점검하고 필요 시 추가 경기 보강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합의한 여·야·정 국정협의체에서 조만간 추경 편성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