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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불순세력’ ‘학생본분’ 내세워 학생 정치참여 제한하는 고교들

입력 2025.01.02 16:06

수정 2025.01.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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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12·3 비상계엄 사태 국면에서 청소년들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 받았지만 여전히 학생의 정치참여를 제한하는 학교생활규정을 둔 고교가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 16세부터 정당 가입이 가능하고, 만 18세부턴 선거권이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일 기자가 입수한 ‘고교생 정치행위 관련 학칙 유무’ 현황을 보면, 경북·대구·충북 지역 70개 고교 중 13곳(18.6%)은 ‘정치 활동을 제한하거나 이를 이유로 징계하는 규정 포함 유무’를 두고 시도교육청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중 6개 학교는 정치 행위를 제한하는 학칙을 개정하거나 규정을 검토하겠다고 교육청에 자료를 제출했다.

각 학교의 정치활동 제한 규정에는 ‘불순세력’ ‘학생본분’ 등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이 담겼다.

경북 김천 성의여고는 ‘외부의 불순세력에 가입 또는 연계돼 불순행위나 정치성을 띤 활동을 한 학생’을 퇴학처분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경북 포항제철고는 벌점 규정에 ‘학교에서 인정되지 않는 교외 집회 참가’를 명시했다.

경북 경산 영남삼육고는 ‘정치 행위에 관여하거나 학생본분에 어긋나는 집단적 행동을 한 자’를 퇴학처분하는 규정이 있다고 교육청에 제출했다. 대구 정화여고 또한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를 한 학생은 특별교육이수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학생회나 동아리 관련 규정에서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학교도 있었다. 경북 구미 금오고, 경북 경주 예일고는 ‘학생회의 회원은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때에는 생활선도협의회(생활지도위원회)의 의견 수렴 후 결정한다’고 규정해놨다. 사실상 학생회 구성원의 정치 참여 활동을 교사와 학교 측이 통제하는 구조다.

대구남산고와 성의여고는 동아리활동 규정에서 ‘정치, 경제, 사회단체와 유대를 가질 수 없다’고 명시했다. 상모고도 ‘이 회(학생회) 회원은 정당 또는 정치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경북 경산 문명고도 경북교육청에 ‘학교장의 허락없이 단체를 조직하여 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를 규제한다고 제출했다. 문명고는 또 학생회 구성원은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했고, 동아리는 ‘사회 통념상 학생 신분으로서 행할 수 없는 정치, 사회 활동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시도 교육청에는 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고 제출했지만 실제 운영 규정은 그렇지 않은 학교도 다수 발견됐다. 충북 진천 서전고는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거나 학생본분에 어긋나는 집단적 행동으로 수업을 방해한 자’를 퇴학처분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학생들이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등 목소리를 내자 일부 학교에선 정치참여를 제한하는 학교생활규정을 들어 학생들의 활동을 억압해 논란이 일었다. 현재 대부분 고교생은 정치참여를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2020년 만 18세부터는 선거권을 갖게 됐고, 2022년에는 정당법이 개정돼 만 16세부터 정당 가입이 가능하게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달에 17개 시도교육청에 정치참여 제한 규정을 고치도록 재안내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며 “다만 교육부가 직접 (수정) 지시를 내리는 것은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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