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부산시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주최 측(윤석열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 추산 1만여명의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연합뉴스
당신들이 어젯밤 포기했던 그 표는, 우리 국민이 찍어준 한 표 덕분입니다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탄핵 소추한 표결에 불참한 여당 부산 (국회)의원 17명의 이름을 잊지 않을 것 입니다. 당신들은 무엇을 위해 부산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하고 있습니까? 지금 제가 서 있는 부산에서 서울에서 그리고 대한민국 전국에서 쏘아올린 촛불이야말로 진정한 국민의 힘입니다. 국민의 힘은 자신들의 이름 앞에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시민들이 정치인에게 투표 독려를 하는 나라가 세상 천지에 어디있습니까. 당신들이 어젯밤 포기했던 그 한표는, 우리 국민이 당신을 믿고 찍어준 한 표 덕분입니다. (...) 덕후에게 덕질만 할 수 있는 나라를, 엄마에게 볼 드라마만 걱정하는 나라를, 아빠에게 낚시 장소만 고민하는 나라를, 그런 나라를 제발 만들어달란 말입니다.”
-12월 8일, 부산 서면 집회에서 자신을 ‘부산의 딸’이라 소개한 정예서씨(18)
‘사람들이 너 같은 사람의 말을 들어줄 것 같으냐’는 말에 반박하고 싶어서
“저는 저기 온천장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소위 말하는 술집 여자입니다. ‘너같이 무식한게 나대서 뭐하냐, 사람들이 너같은 사람의 말을 들어줄 것 같으냐’ 같은 말에 반박하고 싶어서, 또 많은 사람이 편견을 갖고 저를 경멸하거나 손가락질 하실 것을 알고 있지만, 오늘 저는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그 권리와 의무를 다 하고자 이 자리에 용기내어 올라왔습니다.
제가 오늘 이곳에 선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께 한가지를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그건 우리가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정치와 우리 주위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입니다. 우리는 박근혜를 탄핵시켰고, 또 윤석열을 탄핵시킬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 국민의 절반을 박근혜와 윤석열을 뽑은 사람들입니다. 내 집값이 오른대서, 북한이 견제되어야 해서, 내가 속한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부추겨서, 국민의 절반이 국민의 힘을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 강남에 땅이있는 놈들이야 그렇다 쳐도, 쥐뿔도 가진 것 없는 20대 30대 남성들과 노인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 그것은 시민의 교육 부재와 그들이 소속될 적절한 공동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우경화가 가속되는 시대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이 거대한 흐름을 막지 못한다면, 또 다른 윤석열이, 또 다른 박근혜가, 또 다른 전두환과 박정희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입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우리 주변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주십시오. 더불어 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오로지 여러분의 관심만이 약자들을 살려낼 수 있습니다. 저기 쿠팡에서는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파주 용주골에선 재개발의 명목으로 창녀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당하고 있습니다. 동덕여대에서는 대학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고, 서울 지하철에는 여전히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 않으며, 여성들을 향한 데이트 폭력이, 성소수자들을 위한 차별금지법이, 이주 노동자의 아이들이 받는 차별이, 그리고 전라도를 향한 지역혐오가,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완벽하지 못한 것입니다.그러니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는데 성공하더라도, 이것이 끝이고, 해결이고, 완성이라고 여기지 말아주십시오. 편안한 마음으로 두 발 뻗고 잠자리에 들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
- 12월 11일, 부산 서면 집회에서 자신을 ‘소위 말하는 술집여자’라고 소개한 시민
우리의 봄은 우리의 발걸음과 목소리로 되찾아 오는 것임을 알기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진행된 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대구시국회의’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현수 기자
“작금의 사태를 보고 누군가는 ‘기다리면 알아서 탄핵 되겠지’ 라고 합니다. 제가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 했을 때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기다리면 성소수자도 살기 좋은 세상이 오겠지. 그 날이 올 때까지 숨기고 살아라. 기다려라’
그러나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 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눈물로 배워온 세대가 아닙니까. 민주주의는, 평등한 세상은, 우리의 봄은 가만 앉아 기다린다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발걸음과 목소리로 되찾아오는 것임을 알기에 저는 움직입니다”
- 12월 11일,대구 동성로 집회에서 ‘아무 단체에도 소속되어있지 않고, 아무 집단도 대표하지 않는, 그저 우리집 대표로 나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 성소수자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