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화통신이 선정한 2024년 올해의 사진. 중국 북서부 산시성의 안캉 댐 상공에서 드론 촬영. /신화연합뉴스
탄소중립이 국가적 과제라고 명시하고 재생에너지를 우선 개발하도록 규정한 중국 에너지법이 1일 발효됐다. 중국의 에너지 전환이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크게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 최초의 에너지 기본법인 ‘중화인민공화국 에너지법’이 1일 시행됐다. 이 법은 중앙정부가 마련한 최초의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종합적 법이다. 총 9장 80조로 이뤄져 있다. 에너지 개발, 비축 시스템 구축, 유통체계, 기술혁신, 농촌 에너지 개발, 가격, 해외투자 관련 사항 등 에너지 관련한 거의 모든 사안을 담았다.
중국 학계와 전문가들은 지난해 4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제출된 이 법안이 올해 3월 양회 기간 제정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법안은 지난해 11월 상무위에서 통과됐다.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긴 법이다.
완진송 중국 국가에너지국 부국장은 CCTV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우선시하도록 장려하고, 수소에너지의 법적 성격을 규정하며, 탄소배출 이중억제 체제 구축 속도를 높이고, 녹색 및 저탄소 생산 및 생활 방식의 형성을 촉진한다”며 법안 의미를 설명했다.
에너지법은 탄소중립이 국가적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2조는 “에너지의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며 녹색 및 저탄소 경제 사회 전환 및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고 탄소정점과 탄소중립을 적극적이고 꾸준히 추진한다”고 규정했다. 제5조는 “에너지 공급 구조와 소비 구조를 최적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에너지법은 또 재생에너지를 우선 개발한다고 명시했다. 중국은 종전까지는 전력법, 에너지절약법 등 개별법이나 개별 부서의 시행령, 각 성 정부의 정책을 근거로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태양광·풍력발전 등의 신산업을 지원해 왔다. 그러다 보니 개별 규정 간 모순되는 부분이나 입법 공백이 있었다. 앞으로는 에너지법에 따라 재생에너지 위주의 체계적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전문가포럼(CSF)은 “중국 에너지법은 에너지 개발에 대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는 기본법으로서 중국의 에너지 분야 입법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법은 수소에너지를 태양광, 풍력, 바이오, 원자력 등과 함께 저탄소 재생에너지로 분류했다. 중국 환경법 전문가인 한승훈 베이징금문법률사무소 탄소중립연구센터 부주임은 “향후 수소법과 관련 정책들이 제정되고 수소에너지산업 시장도 상당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너지법 통과에 따라 중국 정부는 향후 화석연료 산업 구조조정과 에너지 소비 통제를 다루는 후속 입법이 마련한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30년 탄소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화석연료 대 비화석연료의 비중을 현재 20대 80에서 2060년 80대 20으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이 당장 탄소배출을 감축하지 않는 데는 비판이 따랐으나 전환속도 자체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것으로 평가받았다.
중국은 에너지 전환과 서부 대개발 정책을 연계하고 있다. 인구가 적고 경제적으로 낙후된 신장·내몽골·티베트 지역을 에너지 산업 중심지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은 소수민족 비율이 높은 곳으로, 중국의 민족통합 차원에서도 중요한 정책이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저소득 국가의 에너지 전환을 지원해 외교적 입지를 높인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부정적인 가운데 중국이 기후 의제 주도권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핀란드 비정부기구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는 빠른 에너지 전환으로 중국의 탄소배출이 지난해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 급진적 에너지 전환 계획이 또 다른 대규모 개발 사업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수소에너지 추진이나 거대 댐 건설 등이 소수민족 인권문제나 환경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