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성장률 쇼크’로 현실화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전망치 1.9%보다 낮고, 정부도 1%대 저성장을 예고한 것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도 시사했다. 여·야·정은 정치적·경제적 위기 상황을 돌파할 추경을 서둘러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새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8%로 예상했다. 지난해 7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나 낮췄다. 정부는 수출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등 주력 업종 경쟁이 심화하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해 올해 수출 증가율(1.5%)은 지난해(8.2%)보다 뚝 떨어질 걸로 내다봤다. 내수에선 소비심리 위축과 가계부채 부담이 변수로 꼽혔다. 고용 사정 역시 생산연령인구 감소폭 확대 등으로 올해 취업자 수 증가는 지난해 예상치(17만명)보다 적은 12만명에 그칠 것으로 봤다. 한마디로 수출·내수·일자리, 금융·외환 시장 등 거의 모든 지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문제는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져 이런 성장률 전망치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전망치에 대통령 탄핵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가 “(계엄의)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처럼, 윤석열 내란의 여파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 정부는 이날 18조원 규모 공공부문 가용 재원을 추가 투입하고 상반기 자동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등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부분 정책이 기존 대책을 확대·반복한 수준이어서 전례 없는 복합위기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다.
현재 직면한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비상조치가 시급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추경이 빠를수록 좋다”고 한 것도 경기 침체를 막을 정부 재정 정책이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정부가 “필요시 추가 경기보강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건 긍정적이나, 1분기 경기 상황을 지켜볼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와 여야가 추경을 비롯한 비상 경제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여·야·정 협의체를 빠르게 출범시켜 경제 문제만이라도 초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작금의 위기 대응에 실패하면, 불황 터널은 그만큼 혹독하고 길어질 거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