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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바다와 만나야 한다

입력 2025.01.02 21:23

수정 2025.01.0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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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이 15회째 추진하고 있는 그린보트가 그린워싱(green washing·친환경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환경을 파괴하는 위장환경주의)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거대한 오염물질을 내뿜는 크루즈에 그린보트라는 이름이 붙고, 관광사업에 가까운 운항을 환경단체에서 주최한다는 점은 출항을 재고해야 할 중대한 사안으로 보인다. 크루즈에서 진행되는 인문학 강연이 사치와 휴양을 힐링과 휴식으로 둔갑시켜, 인간과 바다의 진짜 만남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두 번 위장하는 것이다.

크루즈는 나쁘다. 환경을 파괴한다. 그린보트는 더 나쁘다. 환경을 파괴하면서 환경에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한다. 그린보트에서 인문학 강연을 듣는 것은 훨씬 더 나쁘다. 환경을 파괴하고, 이를 친환경이라고 위장하며, 그 위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합리화까지 하기 때문이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휴식은 단절된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쳐 있는 이유는 기계문명이 기속화한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서다. 24시간 스마트폰을 쥐고 있어야 하고, 승용차가 필수품이며, 인터넷 없이 직업과 일상을 유지할 수 없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연결이 과잉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다시 만나는 일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짜 휴식을 가져올 것이다.

그린보트가 나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배에 탄 사람들이 진짜 바다를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크루즈는 인간과 자연을 연결해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단절시킨다. 사람들은 크루즈에서 아름답게 대상화된 가짜 바다와 만난다. 오염물질과 이상고온으로 죽어가는 바닷속 생물들의 참혹한 실상은 배 위에서 보이지 않는다. 호화로운 식사와 실내 오락시설들을 즐기는 동안 바다생태계가 처한 위험한 상황을 실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도시인의 쉼과 휴식이라 위안하는 인문학 강연은 두 번째 그린워싱에 불과하다. 인간이 바다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도구와 수단으로 자연을 대하는 근대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바다와 평화롭게 공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크루즈가 아니라면, 우리는 바다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에서는 바다생물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시민탐사대를 운영해,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바다가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조사한다. 이 기록을 토대로 배의 운항 경로를 수정해 바다생물들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시도하고 있다.

바다와 만나고 싶은가? 지난여름 우리 바다 해수온도는 30도까지 치달았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에 몸이 묶여 죽어가고 있는 바다생물들의 현실에는 눈을 돌린 채, 모든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크루즈선 위에서 만나는 바다는 진짜 바다가 아니다. 그린보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힐링과 휴식이 아니라, 지금 당신이 이미 육지에서 누리고 있는 화려한 소비중독적 사회의 또 다른 변주일 뿐이다.

인간은 바다와 만나야 한다. 배를 타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과 단절되어 병든 인간이 다시 살기 위해서, 인간과 단절되어 죽어가는 바다가 다시 살기 위해서 진짜 바다와 만나야 한다.

최정화 소설가

최정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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