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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는 같지만 결이 다른 ‘수반’과 ‘수괴’

입력 2025.01.05 20:56

수정 2025.01.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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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반(首班)’은 본래 “품계나 신분의 차례에서 으뜸가는 자리”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대통령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국어사전에도 “행정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뜻풀이가 돼 있다.

수반의 유의어로는 ‘수장(首長)’과 ‘수뇌(首腦)’가 있다. 이 중 수장은 “위에서 중심이 돼 집단이나 단체를 지배·통솔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국회 의장은 국회의 수장으로 국회의 제반 업무를 관장한다”라는 문장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사용례로 올라 있다. 수뇌는 “어떤 조직·단체·기관의 가장 중요한 자리의 인물”로, 수반이나 수장과 의미가 비슷하지만 쓰임이 조금 다르다. ‘한·일 수뇌회담’처럼 최고 지위를 뜻하기도 하고, ‘정보 당국의 수뇌들’처럼 비슷한 지위의 여럿을 의미하는 말로도 쓰인다.

이런 말들과 뜻은 비슷하나, 결이 완전히 다른 말도 있다. ‘수괴(首魁)’다. 수괴도 ‘집단의 가장 높은 자리’를 가리킨다. 다만 그 집단은 ‘못된 짓’을 한 무리다.

이들 한자말을 아우를 수 있는 말로는 ‘우두머리’가 있다. 우두머리는 ‘우두(牛頭)’, 즉 소의 머리를 뜻하는 한자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중국 전설 속 인물인 치우천왕이 전장에서 쇠뿔이 달린 듯한 투구를 썼으며,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우두머리’라 불렀다는 주장이다. ‘우뚝’의 옛말인 ‘우둑’이 변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이들 얘기보다는 한자어 ‘위두(爲頭)’가 변한 거라는 설이 더 설득력 있다. ‘으뜸이 되다’를 의미하는 ‘위두’는 옛 문헌에도 자주 나오는 말이다.

어원이 이렇다 보니 우두머리엔 본래 나쁜 의미가 없다. <표준국어대사전>도 우두머리를 “어떤 일이나 단체에서 으뜸인 사람”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부정적 느낌이 없다. 그러나 언중은 이 말을 좋은 의미로는 별로 쓰지 않는다. ‘도적떼의 우두머리’나 ‘역적의 우두머리’ 등처럼 못된 짓을 한 사람에게 주로 쓴다. 우두머리엔 ‘범죄의 말맛’이 배어 있는 것이다. 요즘 신문·방송에서 ‘내란 수괴’를 ‘내란 우두머리’로 써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이런 말맛의 영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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