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이 정말 경제를 지키고 싶다면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계엄 사태 이전에도 한국 경제는 침체의 조짐을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하고, 2025년에는 2.0%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국내 수요 회복의 약세를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며, 성장률이 1%대로 둔화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지난해 11월7일 대통령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설명했던 자화자찬과는 완전히 다른 현실이다.

2024년 12월3일 내란 사태는 가뜩이나 힘들었던 한국 경제를 불구덩이로 밀어 넣었다. 계엄 선포 후 30분 만에 1403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444원으로 치솟았다. 비트코인은 35% 하락했고 한국인 지분율이 높은 리플은 60% 하락하였다. 주식시장은 다음날 개장과 동시에 하락하여 12월6일 기준 코스피는 계엄 전보다 -2.9%, 코스닥은 -4.3% 하락하였다. 윤석열 디스카운트가 현실이 되었다.

대통령은 통치 능력이 없고, 내각은 내란에 가담하거나 방조했다. 집권 여당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계엄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에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의 주식과 국채를 대량 매도했다. 외국인들은 내란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약 3조400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국채 선물도 17조원 이상 매도했다. 그러자 환율은 다시 상승하여 1500원에 근접하고 있다. 비상계엄 이전, 한국 국채는 세계국채지수 편입 소식에 힘입어 6개월간 외국인들이 50조7450억원을 순매수했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선출된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을 거부했다. 국회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했다. 다행히 최상목 부총리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하였다. 하지만 법적 근거 없는 국회 합의 여부를 이유로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을 사실상 거부하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스스로는 기가 막힌 최적의 수를 두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국무위원들, 대통령실, 집권 여당, 국회의장, 야당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이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윤석열 정부의 경제팀은 최 권한대행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2025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정 불안이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최 권한대행께서 경제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이끌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지지하고,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지원을 드릴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고 밝혔다. ‘F4’로 불리는 범금융 부문의 경제팀은 경제를 정치 과정으로부터 분리하여 최소한 금융 부문을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12월3일 계엄의 밤에 최 권한대행에 대한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 계엄 전 국무회의에서 반대했다는 그의 주장이 무색했다. 계엄을 멈출 수단은 많았다. 계엄 문서에 부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계엄이 불법임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침묵했다. 대신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와 기재부 간부회의를 열었다.

국회가 계엄을 해제할 때 최 권한대행은 한덕수 총리와 같은 정부서울청사에 있었다. 총리에게 달려가 계엄 해제 국무회의 개최를 요구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국회에서 계엄군과 싸우는 국민을 뒤로하고 따뜻한 집으로 도망쳤다. 박근혜 국정농단의 악몽 때문에 무서워서였는지, 대통령의 2차 계엄을 돕기 위해 국무회의를 지연시키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안위를 택했고, 한국 경제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경제를 정치에서 분리해 지키고 싶다면, 먼저 무너진 헌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 법과 제도가 예정한 길로 가야 한다. 그 첫걸음은 근거 없이 거부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일이다. 9인의 온전한 헌법재판소가 필요하다. 내란의 우두머리로 지목된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막아선 경호처도 바로잡아야 한다. 무리하게 서둘러 발표한 경제정책방향도 국회의 여·야·정 협의체와 협의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한남동 관저 앞에서 멈춰버린 헌법과 법률을 되살려내야 한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는 제도가 경제에 앞선다고 밝혔다. 민주주의를 짓밟고 경제를 외면한 대통령을 단죄하지 않고서는 경제도 살아날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지금은 대통령에게 위임했던 권력을 회수한 ‘국민의 시간’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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