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법치’ 외쳐온 윤석열, 법을 무시하다···체포불응, 영장 이의신청 등 법 무시 전략

윤지원 기자    최서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 등 자신을 향한 수사에 전방위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수사기관의 소환조사에 수차례 불응한 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의 집행도 대통령경호처의 물리력을 동원해 무력화시켰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제도인 ‘체포영장 이의신청’까지 제기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총장 출신 법률가로서 ‘법치주의’를 외쳐온 윤 대통령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에도 없는 ‘영장 이의신청’과 ‘항고’까지 동원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6일 입장문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은 위법”이라며 “영장제도에 대한 항고 등 불복 방법이 시급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공수처를 상대로 낸 체포영장 이의신청이 서울서부지법에서 기각되자 이에 반발하며 항고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영장 자체에 대한 항고 제도는 현행 법률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의신청을 통한 영장의 효력 정지도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이의신청을 하면서 ‘형사소송법 417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수사기관의 구금·압수 등에 대해 불복할 게 있으면 법원에 취소·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그러나 서부지법은 “체포영장이 아직 집행되지 않아 구금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의신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수사 단계에서 체포되거나 구속된 피의자는 체포 또는 구속의 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며 “구금·압수 처분에 대한 불복으로 체포·수색영장 발부에 대해 다투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했다. 서부지법은 이례적으로 6쪽에 달하는 이의신청 기각결정문을 전날 공개하고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해 12월31일 서부지법이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영장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윤 대통령 측이 각종 소송으로 영장의 적법성 여부를 묻고 나선 것은 수사를 지연시키는 동시에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최대한 더 시간을 끌고 지지자들에게 ‘공수처와 검찰이 틀렸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법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3의 조사’ ‘서면조사’ 등 체포 피할 꼼수만

윤 대통령 측은 최근 여권 인사들에게 ‘사건 경찰 이첩’ ‘제3의 장소 조사’ ‘서면조사’ 등 수사 협조 조건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를 끝까지 피할 수는 없다고 보고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모두 체포 및 구금을 피한 형태다.

이는 과거 검찰 등의 수사를 받던 정치인들이 자주 시도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은 이인제 전 자유민주연합 의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은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은 지지자 비호 아래 영장 집행을 피하고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모두 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시간을 끌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BBK 의혹과 관련해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방문 조사를 받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소추를 당한 상황에서 서면조사를 요구받았지만 불응하다가 탄핵 이후 특검의 대면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윤 대통령도 이들처럼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체포·구금 상황은 피하고 불구속 기소된 다음 법원의 판단을 받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경호처의 제1 경호대상은 현재도 윤 대통령”이라며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한 경호 활동을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거부하고 경호처의 물리력을 동원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불법이다. 다른 사례와 달리 최소 형량이 무기징역으로 중범죄인 ‘내란죄’ 수사인 만큼 수사기관이 방문조사나 서면조사 등을 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장이 발부된 만큼 일단 체포돼 수사에 응해야 하고 그 이후에 제3의 장소 조사를 얘기할 문제인데, 처음부터 당사자 의중에 따라 관저나 제3의 장소로 가는 건 체포로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치주의를 외치던 윤 대통령이 최대한 법을 무시하고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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