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6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가 버스로 막혀있다. 정효진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한 내에 집행하는데 실패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를 경찰에 일임하겠다고 했다가 경찰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거둬들였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기한 연장을 법원에 청구했고, 경찰은 “공수처와의 공조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 수사를 맡은 공수처의 수사 능력과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6일 오전 공수처에서 브리핑을 열고 “체포영장 집행의 전문성 및 현장 지휘체계 통일성을 고려해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체포를) 일임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유효기간 연장을 위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31일 법원이 발부한 윤 대통령 체포영장은 이날 자정이 기한이었다. 다만 공수처 관계자는 “(윤 대통령) 사건은 저희에게 있다”며 “공조수사본부를 꾸린 취지가 저희의 법적 전문성과 영장 청구권을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아직 그 기능은 살아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윤 대통령을 체포해 신병을 확보하면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수사를 하겠다는 취지였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후 “오전 7시쯤 공수처의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 지휘’ 공문을 접수했고, 내부 법률 검토를 거쳐 공수처의 공문은 법률적 논란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공수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경찰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체포영장 등을 집행할 때 검사가 경찰을 지휘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경찰은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공수처와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며 공조 체제는 이어가기로 했다.
공수처는 경찰 발표가 있은 뒤 “자체 법리검토 결과 영장집행 지휘권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며 “다만 본건과 같이 중대한 수사에 작은 논란의 소지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국수본과 의견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조수사본부 체제에 잘 협의해 집행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반발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공수처법 24조는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의 이첩을 요청하거나 사건을 이첩하는 것에 대해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수사기관에 수사 중 일부를 ‘일임’하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며 “공수처의 영장 집행 ‘하청’은 또 다른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3일 경찰의 도움을 받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경찰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 세력을 통제하는 가운데 관저 정문을 통과했으나 대통령경호처가 관저 경내 도로에 버스 차벽과 200여명의 인력을 동원한 방어막을 치고 가로막은 탓에 영장 집행을 하지 못했다고 공수처는 설명했다.
주말인 지난 4~5일 공수처가 다시 영장집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공수처는 움직이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 내란 사건을 넘겨받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지만 한 차례 집행 시도 후 최종 실패한 것이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를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뜻을 거둬들이고, 경찰이 공조본 체제하에서 협조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현재로선 법원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기한을 연장하면 두 기관이 협의해 다시 집행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