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 주도권 쥐게 된 경찰 “경호처 또 막으면 체포 검토”

전현진 기자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 구속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사진 크게보기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 구속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경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일임’ 소동 이후 사실상 수사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경찰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적극 나서겠다면서 향후 집행과정에서 대통령경호처가 다시 막아서면 체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공조수사본부를 통한 공수처와 경찰의 공조 체제는 유지되겠지만 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찰의 영향력이 전보다 커질 전망이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공수처와 함께 구성했던 공조본 체제를 유지하며 향후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단 관계자는 공수처가 이날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려다가 경찰이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다’며 거절해 공조본 체제에 파열음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 공조본 체제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체포·수색영장 집행 지휘를 거절한 것은 관련 법을 검토한 결과일 뿐 공조 체제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말이었다.

오히려 경찰 내부에선 이번 일로 공수처와의 협조 체제에서 경찰이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은 그동안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한 뒤 측면에서 지원하며 수사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찰의 역할을 키울 기회를 잡게 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가 완강하게 저지했던 상황을 분석해 2차 집행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수사관과 경호처 관계자가 대치하자 ‘안전’을 이유로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다시 나설 경우 성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체포영장 집행 때 경찰특공대나 형사기동대 등을 투입할 가능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답할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여지를 뒀다. 경찰은 지난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찰특공대나 형사기동대 파견을 공수처와 논의했으나 투입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경호처가 관저에 철조망을 치며 체포영장 집행에 대비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경호처를 대상으로 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경찰은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의 대응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적용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1차 집행 당시) 현장에서 채증도 했고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에 큰 무리 없다”고 말했다. 경호처가 1차 집행 때처럼 영장 집행을 막아서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경찰은 1차 집행 때 윤 대통령 관저를 경호하는 군부대 소속 일반사병이 동원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채증을 했고, (일반사병이) 동원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소속 부대와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관저에서 근무하며 경호처 지휘를 받는 부대는 국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경호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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