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덜먹고 조용히 빠르다

권재현 선임기자
다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덜먹고 조용히 빠르다

재규어 랜드로버 ‘올 뉴 레인지로버’
제로백 5초…1시간 내 80% 충전

메르세데스 벤츠 ‘E 350e 4MATIC’
순수 전기로만 77㎞ 주행 가능

BMW ‘뉴 550e xDrive’
모터결합 489마력·ℓ당 14.3㎞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향한 업계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최근 수입차 브랜드들이 잇따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들여오는 추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기름 넣는 주유구와 전기차 충전 배터리를 동시에 탑재한 하이브리드(엔진과 모터를 동력계로 함께 사용) 차량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중국 BYD(비야디)가 세계 시장에서 40.1%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앞서 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 제조사들은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 및 출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그 배경엔 중국 전기차를 겨냥해 쌓은 유럽연합(EU)의 ‘관세 장벽’이 있다. EU는 지난해 7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8.1%의 임시 관세를 부과했고, 10월에는 최고 45.3%의 관세를 5년간 부과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연중 최고치(11.1%)를 찍은 중국 차의 점유율은 7월부터 내리막길을 걷더니 그해 11월 7.4%에 그쳤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유럽 수출 물량에서 전기차 비중을 줄이거나 유럽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동시에 관세 장벽을 우회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눈길을 돌리는 식으로 응수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중국차 업체들의 이런 선회 전략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의 진출이 사실상 봉쇄된 미국 시장을 제외하면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세계 곳곳에서 중국 업체들과 치열한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자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미국의 반(反)전동화 정책과 유럽의 관세 장벽을 피해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동남아,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무섭게 뻗어 나가면서 이런 경쟁의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중국 비야디가 승용부문 한국 브랜드 출범을 공식화 할 예정인 올해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본 해외 브랜드들이 최근 들어 앞다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들여오는 까닭이다.

올 뉴 레인지로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올 뉴 레인지로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제공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의 ‘올 뉴 레인지로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 대표적이다. 올 뉴 레인지로버 PHEV 모델은 38.2kWh 대용량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순수 전기 에너지만으로 국내 인증 기준 80㎞를 주행할 수 있다. 늘어난 순수 전기 주행 거리에 비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5g/㎞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충전 편의성도 향상됐다. 50㎾ 직류 급속 충전 기능을 탑재해 1시간 이내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가정에서 7.2㎾ 출력으로 완속 충전하더라도 5시간이면 완충에 이른다.

시승 기회를 얻어 최근 올 뉴 레인지로버 PHEV 모델을 몰아봤다. 전장이 5m가 넘는 대형 차량임에도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하는 제로백이 5초에 불과했다. 최고 출력 394마력의 3.0ℓ I6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과 160㎾ 전기 모터를 결합한 P550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서 나오는 강력한 가속력이 인상적이었다.

승차감도 만족스러웠다. 웬만한 과속방지 턱을 통과할 때도 큰 출렁임이 없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는 “도로 노면의 굴곡에 따라 실시간으로 롤링과 피치를 최적화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과 최첨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조합한 결과, 정교하면서도 역동적인 주행 퍼포먼스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3세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ctive Noise Cancellation) 시스템은 실내로 들어오는 휠 진동과 타이어 및 엔진 소음을 모니터링하고 스피커를 통해 반대 파장을 보내는 기능이다. 덕분에 전기차 못지않은 실내 정숙성을 자랑한다.

벤츠 E-클래스 PHEV 모델인 ‘E 350 e 4MATIC 위드 EQ 하이브리드 테크놀로지’의 충전 모습.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벤츠 E-클래스 PHEV 모델인 ‘E 350 e 4MATIC 위드 EQ 하이브리드 테크놀로지’의 충전 모습.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지난 연말 럭셔리 비즈니스 세단 E-클래스(W214)의 PHEV 모델인 ‘E 350 e 4MATIC 위드 EQ 하이브리드 테크놀로지’를 출시했다. 지난해 1월 선보인 11세대 E-클래스(W214)의 신규 트림(세부 모델)으로,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의 조합으로 강력한 주행 성능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95㎾ 출력의 전기 모터를 통해 내연기관 사용 없이도 국내 인증 기준 최대 77㎞의 순수 전기 주행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저공해차량 2종 인증 획득으로 혼잡 통행료 및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도 장점이다.

BMW 5시리즈 PHEV 세단 ‘뉴 550e xDrive’의 주행 이미지. BMW코리아 제공

BMW 5시리즈 PHEV 세단 ‘뉴 550e xDrive’의 주행 이미지. BMW코리아 제공

BMW코리아는 5시리즈 최초의 고성능 프리미엄 PHEV 세단 ‘뉴 550e xDrive’를 지난해 12월 공식 출시했다.

BMW 뉴 550e xDrive는 5시리즈 중 유일하게 직렬 6기통 3.0ℓ 가솔린 엔진을 적용한 모델로, BMW 5세대 eDrive 전기 모터를 결합해 시스템 최고 출력 489마력을 발휘한다. 친환경성도 우수한 편이다. 19kW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를 넣어 1회 충전 시 62㎞(환경부 인증 기준)의 주행 가능 거리를 제공한다. 복합 연비는 ℓ당 14.3㎞(엔진+모터 기준)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내연기관차의 주행 감성과 공간 활용성에다 순수전기차의 친환경성까지 겸비한 PHEV 모델”이라며 “기존보다 2배 개선된 배터리 충전 속도를 지원하는 등 충전 편의성도 높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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