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재난이나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악성 비방 게시글이 피해자와 유족을 괴롭히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경찰 수사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대형 재난 및 참사 피해자와 유족이 악성 게시글로 2차, 3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려는 경찰의 조기 대응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7일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지난 4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자에 대한 악성 게시글을 올린 A씨(35)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지난달 31일 악성 게시글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지 약 나흘 만에 주요 피의자를 검거한 것이다. A씨는 지난달 31일 서울 자신의 집에서 유족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뉴스에 많이 나오길래 별 생각 없이 게시글을 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1차 조사를 했으며 다른 악성 게시글 등 여죄가 있는지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형 사회적 재난이 벌어진 상황에서 악성 게시글 문제가 반복적으로 불거지면서 경찰 대응도 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법원에서 통신영장(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을 발부 받아 집행하고 피의자를 찾아내기까지 대략 1달 이상 소요된다.
하지만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자·유족에 대한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 피의자를 경찰이 신속하게 찾아냈다.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통신영장 발부 등 수사 절차나 한정된 경찰 인력을 감안하면 보통 1~2달까지도 걸릴 수도 있지만 이번 건은 신속한 편”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가깝게는 2023년 ‘흉악범죄 예고’ 게시글에 전국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이 사이버 수사 역량 강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청과 시·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신림역 살인’ 등을 예고한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공동 대응해 짧은 시간 내에 총 119명을 검거했다.
한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게시글이 올라온 서버 운영자(사업자)가 얼마나 수사에 협조하는지가 관건”이라며 “당시 주요 커뮤니티 사업자들과 형성한 연락망이 잘 유지돼 (이번 사건에서도)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참사 피해자나 유족을 대상으로 한 악성 게시글은 일반적인 명예훼손에 비해 처벌이 더 무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정상적인 명예 감정, 보편적 인류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인 만큼 법원 양형 과정에서도 가중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희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사법 당국에서 참사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조치로 엄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6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총 144건의 악성 게시글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악성 게시글 작성자들은 서로 분위기를 타서 동조할수록 늘어나기 때문에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