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특파원 칼럼]대통령의 서재와 유튜브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특파원 칼럼]대통령의 서재와 유튜브

입력 2025.01.07 21:03

수정 2025.01.07 21:06

펼치기/접기

워싱턴 의회도서관에는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장서들을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제퍼슨은 1812년 미영전쟁으로 도서관이 불타자 6400여권의 개인 소장도서를 기증했고, 이를 토대로 의사당 뒤편이자 연방대법원 옆인 지금의 자리에 도서관이 재건됐다.

윤리·역사·문학에서 화학·수학·해부학까지 아우르는 제퍼슨의 탐독 흔적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역대 한국 대통령의 서재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직무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독서 목록을 연상하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12·3 계엄 선포부터 퇴진 거부, 수사 비협조, 체포영장 불응 등 일련의 행보를 보면 그는 책보다는 유튜브를 가까이하는 부류임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책이 지닌 수많은 가치와 쓸모 가운데 하나를 들자면 지식과 정보를 접하는 창구라는 점이다. 때때로 유튜브가 책에 버금가는 효과적인 지식 전달 수단이 되기도 한다. 클릭 한 번이면 누구나 전문가 혹은 재야의 고수들이 솜씨 좋게 가공한 지식에 접근할 수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화상 형식의 학술 행사가 보편화되면서 전현직 고위 당국자나 전문가의 발언을 보고 듣는 것도 쉬워졌다. 기자에게 유튜브는 취재원을 만나기에 앞서 최근 강연·대담 영상까지 살펴볼 수 있는 고마운 데이터베이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앎의 지평을 넓히거나 직무에 도움을 받기 위해 유튜브를 활용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내 편’의 목소리, 음모론자들의 부정선거 주장에 주로 귀를 기울였다. 이 정부에서 유독 약진한 뉴라이트 인사 상당수가 극우 성향 유튜브 출신인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취임사에서 비판세력을 겨냥해 ‘반지성주의’를 언급했던 윤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대신 계엄 선포와 국회 내 군병력 투입이라는 반헌법적이고 극단적인 조치를 꺼내들며 스스로 반지성주의의 화신이 되었다.

워싱턴의 지한파들조차 탄식을 내뱉을 만큼 한국의 위상을 일거에 추락시키고도 그는 “유튜브 생중계로 보고 있다”며 관저 앞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국가 위기를 초래하고도 여전히 유튜브 세계에 갇혀 있는 지도자라니, 디스토피아 영화가 따로 없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 공소장에 적시된 그의 “헌법상 비상조치권, 비상대권을 써야” 발언을 보면 법률가 출신 대통령의 머릿속에 1987년 민주화 이후 개정된 헌법이 아닌 신군부 헌법이 들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해진다.

도서관에 동행한 아이에게 “유튜브 대신 책을 많이 읽어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밖으로 나섰다. 바로 옆 연방대법원 청사 동쪽 페디먼트 아래 새겨진 글씨 ‘재판관, 자유의 수호자(Justice the guardian of liberty)’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평등한 정의는 자유의 기초’라고 새길 예정이었으나 제11대 대법원장 찰스 에반스 휴즈가 법관의 책임을 강조하는 의미로 문구를 수정했다고 한다.

한국 헌법재판관들에게 맡겨진 막중한 임무도 어쩌면 간명하지 않을까. 윤 대통령이 오염시킨 ‘자유’를 되찾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진정한 자유를 지켜내는 것 말이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