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소비재 등 수입 감소 영향
한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 지켜봐야”
무역갈등 격화 등 불확실성 확대 예상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9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7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원자재·소비재 등의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보호무역기조가 강화되고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93억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외국인 배당 증가로 적자를 기록한 뒤 5월 이후 7개월 연속 흑자 기조다.
11월 흑자액은 10월보다 5억 달러 가량 줄었지만 전년 11월(38억9000만 달러)보다는 많은 수준이다. 이로써 지난해 1~11월 누적 경상수지는 835억4000만 달러 흑자로 1년 전보다 554억7000만 달러 증가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2월 흑자 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경상수지 연간 전망치인 9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올해 수출 전망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송 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관세 영향과 실제 시행 시기, 정책 강도, 주변국 대응을 면밀히 지켜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세부적으로 보면, 상품수지 수출은 571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했다. 2023년 10월 이후 1년2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0월(4%)보다 둔화했다.
품목별로는 통관 기준으로 반도체(29.8%)·정보통신기기(8.5%)·철강제품(0.8%)이 늘었다. 반면 석유제품(-18.6%)·승용차(-14.1%)·기계류 및 정밀기기(-12.5%) 등에서 수출이 줄었다. 한은은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는 수요가 탄탄하게 지속되면서 수출 증가세가 유지됐고, 석유제품은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가격 요인이 작용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승용차의 경우 부품업체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전기차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줄었다고 했다.
국가별로는 동남아(9.1%) 국가로 수출이 늘고, 미국(-5.2%)·일본(-2.4%)·중국(-0.7%)으로의 수출은 줄었다.
수입은 473억5000만 달러로 4.4% 줄었다. 석유제품(-19.4%)·화학공업제품(-17.2%)·원유(-16.8%)·석탄(-12.5%) 등 원자재 수입이 10.2% 감소했다.
서비스수지는 가공서비스와 여행을 중심으로 29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본원소득수지는 이자소득을 중심으로 19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전소득수지는 3억 달러 적자를 보였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1월 중 97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28억4000만 달러 늘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00만 달러 감소했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3억9000만 달러 증가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주식 중심으로 21억2000만 달러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