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 ‘LG 월드 프리미어’에서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LG전자가 해상물류비 상승과 가전제품 수요 부진의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사실상 적자를 봤다. 지난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1% 줄었다. 다만 연간 매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1461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매출은 22조7775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3.3%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39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해왔으나 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자회사인 LG이노텍의 영업이익(3000억원대)을 빼면 사실상 적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87조7442억원, 영업이익 3조430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로는 사상 최대이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1% 줄었다.
물류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예상치 못한 글로벌 해상운임 급등과 기타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며 수익성에 다소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TV 등 가전제품은 부피가 크고 무거워 바다를 통해 운반되기 때문에 해상운임 변동에 민감하다. 해상 물류비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홍해 사태로 선박들의 운항 거리가 늘었고 미 동부 항만노조의 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다.
주력인 TV 사업도 부진을 겪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경쟁이 심화된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수익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LG전자는 “유럽 등 프리미엄 시장 수요는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추세”라며 “광고·콘텐츠 사업은 TV와 스마트 모니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활가전 사업은 연간 매출 30조원, 자동차 전자장비(전장)는 매출 10조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활가전은 인공지능(AI) 가전 확대와 구독, D2C(소비자직접판매) 등의 전략으로 견조한 실적을 냈다. 기업간거래(B2B)에서는 냉난방공조(HVAC)와 빌트인 등에서 꾸준한 성장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의 실적은 가전제품이 잘 팔리는 연초에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하반기에는 비수기를 겪는 ‘상고하저’ 패턴을 띄어 왔다. 신사업인 구독과 B2B에서 나름 선방했으나, 이 패턴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