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뇨를 자주 보는 여성은 고혈압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자다가 깨는 것만으로도 정상적인 수면 리듬이 흐트러져 혈관과 심장의 휴식을 방해해 혈압이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북삼성병원 서울건진센터 박성근·정주영 교수 연구팀은 2013~2019년간의 대규모 건강 검진 데이터를 통해 성별에 따른 야간뇨와 고혈압의 연관성을 분석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진은 고혈압이 없고 건강한 성인 남녀 3만2420명을 야간뇨 빈도에 따라 경험한 적 없는 그룹부터 주 1회 미만, 주 1~2회, 주 3회 이상 그룹 등 4개 그룹으로 나눈 뒤 고혈압 발생 여부를 6.8년간 추적 관찰했다.
분석 결과, 야간뇨를 경험한 적 없는 여성 그룹에 비해 야간뇨 경험이 있는 모든 여성 그룹은 고혈압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도는 주 1회 미만 그룹이 33%, 주1~2회 그룹은 26%, 주 3회 이상 그룹은 34% 상승했다. 반면 남성은 주 3회 이상 그룹의 위험도가 6% 높아졌을 뿐 다른 그룹에선 야간뇨 빈도와 고혈압 위험도 간의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성별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 데 대해 박성근 교수는 “남성에겐 비만이나 흡연 등 고혈압 위험도를 높이는 다른 요인들이 더욱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측한다”며 “반면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비만율이 낮고 흡연 등 다른 고혈압 유발 위험 요인도 적기 때문에 야간뇨가 고혈압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간뇨는 밤에 자던 중에도 소변을 보기 위해 깨는 증상으로, 그 원인은 요실금이나 전립선 비대증 같은 비뇨기계 질환을 비롯해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짜게 먹는 식습관 탓에 체내 수분이 많아 야간뇨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과도한 염분 섭취는 직접적으로 혈압을 높일 수도 있으며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혈압 상승 효과를 더욱 키울 수 있다.
정주영 교수는 “연구결과는 수면 도중 화장실에 가는 행동을 단순히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런 것으로 치부하고 무시하면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주1회 이상 꾸준히 나타나는 야간뇨가 있다면 수면을 불편하게 만드는 다른 문제가 있는지, 자기 전에 짜게 먹는 것은 아닌지 등을 돌아보고 전문가와 상담하면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