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송영길, 1심 징역 2년·법정구속···‘돈봉투’는 무죄

김나연 기자

검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워···항소 검토”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지난해 11월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지난해 11월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자신의 후원조직을 통해 7억원이 넘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대표가 당대표로 당선되는 과정에서 이른바 ‘돈봉투 사건’을 주도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허경무)는 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송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송 대표는 보석 석방된 상태였으나 이날 실형이 선고되면서 다시 구속됐다.

송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송 대표는 당시 지역본부장들에게 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윤관석 전 민주당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또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자신의 후원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중 4000만원은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이 국가산업단지 소각장 증설 인허가에 대한 청탁을 위해 송 대표에게 건넨 뇌물이라고 봤다.

이날 재판부는 송 대표가 먹사연에서 후원금을 받은 점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돈봉투 관련 혐의들에 대해선 이번 사건의 단초가 된 ‘이정근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무죄로 봤다. 앞서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 수사 과정에서 임의제출된 녹음파일에서 돈봉투 의혹을 파악해 송 대표 등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이 온전히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녹음파일을 제출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이 전 부총장이 휴대전화를 뒤늦게 검찰에 제출하며 “휴대전화를 제출하는 것이 (구속 중인)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무기가 되겠다는 생각에 검찰에 협조했다”고 말한 점 등을 볼 때 임의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또 “어떤 녹음파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휴대전화를 제출했다”는 이 전 부총장 증언에 따라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와 무관한 녹음파일까지 검찰이 임의제출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먹사연 후원금에 대해선 법원이 ‘이정근 녹음파일’뿐만 아니라 전체 수사기록을 근거로 발부한 영장을 토대로 적법하게 증거조사가 이뤄졌으므로 범죄 성립 여부를 따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먹사연은 궁극적으로는 정치인으로서 피고인의 인지도를 향상시켜 차후 피고인을 중심으로 강력한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로 보인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먹사연은 정치인들이 선거 기간 연구소를 세워 돈을 모았다가 선거가 지나면 없애버리는 허울뿐인 단체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반영했다. 또 박 전 회장에게 4000만원 뇌물을 받은 부분도 단순히 사교적 의미일 뿐,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송 대표에게 총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송 대표가 지역본부장들과 윤 전 의원에게 돈봉투를 제공한 부분에 대해 징역 3년을,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그간 재판에서 송 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송 대표는 “애초 검찰은 돈봉투를 얘기했는데 먹사연이나 제3자 뇌물죄로 본말이 전도된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날 송 대표는 판결이 선고되는 동안 눈을 감고 표정을 찡그린 채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검찰은 “법리적으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선고 뒤 입장문을 내고 “(이정근 녹음파일 관련) 동일한 쟁점이 제기된 관련 사건 재판에서 이 전 부총장이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임의로 제출했다는 판단이 거듭 이뤄졌고, 이 전 부총장은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하에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스스로 밝혔다”고 했다.

앞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은 징역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국회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나눠준 윤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과 이성만·임종성 전 의원은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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