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시민들이 탄핵 찬성 집회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긴장감이 역력했다. 여느 때처럼 윤 대통령의 탄핵·체포를 촉구하는 시민들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 나뉘어 집회를 했으나 전날 체포영장이 재발부되고 다시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에 위기감과 기대, 조바심이 제각각 엇갈렸다.
이날 관저 앞 일대에서는 체포영장 집행 여부를 주시하는 양측 시민들의 집회가 각각 열렸다. 한파 속에서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시민 80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운집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STOP THE STEAL’ ‘불법영장 원천무효’ ‘부정선거 OUT’ 등의 손팻말과 태극기·성조기 등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공수처를 체포하라” “이재명을 드럼통에”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 현장 한쪽에선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주신 경호실 감사드립니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적힌 화환들이 늘어서 있었다.
탄핵·체포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집회는 비교적 한산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별도의 집회 일정을 잡지 않았다. 수사당국이 이날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였다.
다만 촛불행동·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체포단’은 조속한 체포영장 집행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여한 원동균씨(65)는 “계엄 사태 이후 국가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며 “공수처가 너무 소극적이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 빨리 처리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윤석열퇴진예술행동도 이날 오전 관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친위사수대 경호처장 등을 구속하고 윤석열 체포영장을 즉각 실행하라”고 요구했다.
한때 양측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 직전까지 이르는 모습도 펼쳐졌다. 경찰이 급히 이들을 떼어놓는 장면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경찰이 집회 현장 부근의 통행을 통제하자 집회 참여자들은 “경찰이 민주노총, 민주당 앞잡이인가” “왜 못 지나가게 하느냐” 소리 지르며 반발했다. 경찰은 질서유지선 일부를 열어 집회 참여자들이 통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오전부터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윤 대통령 도피설’로 시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강모씨(35)는 “이미 대통령이 관저를 빠져나갔다는 얘기도 있는데 여기서 집회를 한들 무슨 소용인가”라고 말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관저 안으로 들어가는 식료품 운반차량 사진이 공유되면서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지지자든 반대자든 모두가 대통령을 기다리는 이 상황이 웃프다(웃기면서도 슬프다)”고 말했다.

8일 오후 1시30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권정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