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예정 선수 의무 지명·얼리 드래프트…이미 제도는 있어
야구팬·프로 구단 관심 끌기 위한 연맹 차원의 소통 노력 필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0 신인 드래프트부터 대졸 예정 선수 지명을 의무화했다. 각 구단은 이때부터 대졸 예정 선수를 1명 이상 반드시 뽑고 있다. 2023 신인 드래프트에는 ‘얼리 드래프트’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3·4년제 대학 2학년 선수들도 프로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됐다. 대학야구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지금까지 없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야구의 위기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구단 스카우트팀장은 “KBO가 대학야구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건 맞지만,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로 무작정 선수들을 더 뽑아달라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학야구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대학 측 요구에도 힘이 실린다는 이야기다.
대학야구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선수들이 기본기를 다지듯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방 4년제 대학 감독은 “대학야구가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외부의 지원을 바라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좋아지려는 노력 없이 왜 대학야구를 봐주지 않냐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자생 능력을 만들지 못하면 그저 의미 없는 메아리에 그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하반기 웅지세무대가 야구부를 해체하면서 현재 등록된 대학 야구팀은 47개다. 올해는 우석대, 장안대 등 5개 팀이 창단을 준비 중이다. 프로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야구부를 창단하는 대학들은 늘고 있다.
지방의 한 2년제 대학 감독은 “학생 수를 채우려고 야구부를 창단하고 운영하는 학교들이 분명 있다”며 “일부 감독은 운동장에도 나가보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하다”고 귀띔했다.
자생 능력이 중요한 건 맞지만, 자체 노력만으로 대학야구 활성화를 기대하긴 힘들다. 특히 4년제 대학들이 운동과 학업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단번에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대학에는 축구,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종목의 체육특기자들이 있다. 현실적으로 야구만 예외 규정을 적용받긴 힘들다.
프로 입단을 꿈꾸며 대학을 택한 선수들이 현 대학야구 시스템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대학에선 오전에 수업을 몰아 듣고 오후에는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문제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한국대학야구연맹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연맹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대학들이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2년제와 4년제 대학의 사정이 다르고, 4년제 중에서도 수도권과 지방 대학의 상황이 다르다. 소수이긴 하나 4년제와 2년제 대회를 따로 열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갈등을 봉합하고 대학야구 발전을 이끌어야 할 연맹은 현재 차기 회장 선거를 진행 중이다. 배우 김승우가 당선돼 화제를 모은 리틀야구연맹 회장 선거와 달리 대학야구연맹 회장 선거는 야구계 내에서도 관심 밖이다. 대학야구가 처한 냉정한 현실이다.
이병수 서인도시개발 대표가 연맹 회장 단독 후보로 출마했다. 이 후보는 전용구장 확보 등 인프라 개선과 리그 경쟁력 강화, 학업·운동 병행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신임 회장 체제에서 연맹은 대학야구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야구팬과 프로 구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상상력을 펼쳐야 한다. 연맹 관계자는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대학야구 경기를 프로구장에서 치러 보려고 KBO와 머리를 맞댈 생각”이라며 “대학 선수 올스타를 꾸려 중국과 교류전을 치르는 것을 정례화하는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KBO, KBSA 등 관련 기관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크게 좌절한 4년제 대학 감독들과 연맹은 KBO와 KBSA 측에 면담을 요청했다. 일정이 맞지 않아 만남이 성사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논의 테이블이 차려질 가능성이 있다. 이 자리에선 향후 신인 드래프트에 대한 대학 측 요구 사항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KBO 관계자는 “할 수 있는 선에서 지원할 준비는 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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