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환율 상승이 부담스러운 이유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새해 경제 전망에 대한 질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환율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워낙 환율의 상승세가 가파르고, 대내외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불확실하다 보니 외환위기, 혹은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들도 함께 받곤 한다.

최근의 국내 경제 여건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1997년이나,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급격한 위기의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이다. 우선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국내 금융기관의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한국은행은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단기 유동성 공급을 원활하게 유지,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데 목적을 둔다. 4150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외환보유액과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무역흑자는 달러 유동성 위기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그러나 언급한 것처럼 급격한 경제위기의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원·달러 환율은 상당한 불안 요인으로 판단된다.

우선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수입물가의 상승으로 직결된다. 2023년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30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2024년 1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12월 국내 비상계엄 사태로 1450원 이상으로 환율이 큰 폭 상승했다. 불과 수개월 만에 해외 제품을 수입할 때 달러당 1300원이 아닌 1500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물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물가의 부담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금리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1.9%를 기록,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안정세를 나타냈으며 이는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0%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이런 낮아진 물가 상승률에 기반해 지난해 10월과 11월, 한국은행은 2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국내 물가가 재차 고개를 들게 된다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2025년 성장률 전망을 보면 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2024년의 2.1%보다 부진한 1.8%와 1.9%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성장 부진의 중심에는 내수소비 둔화가 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도 소비에는 부담이지만 중앙은행의 빠른 금리 인하 지원의 제약 역시 소비 회복의 시기를 늦추는 악재가 될 수 있다.

물론 환율의 상승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수입물가는 높이지만 국내 수출품의 가격을 낮춰주며 대외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과 함께 이런 관세에 대비한 다른 국가들의 통화절하 경쟁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경쟁력 향상의 장점이 부각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환율 상승의 레벨과 방향 역시 부담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2021년 상반기 달러당 1100원을 하회하는 수준까지 하락한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급격한 환율 상승은 달러 사재기 등의 쏠림을 야기하는데, 빠르게 오른 환율을 보면서 추가 상승 기대를 갖게 된 경제 주체들의 추가 달러 매입이 환율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는 형국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경제 성장에 있어 가장 큰 악재는 불확실성이다. 외환위기의 트라우마가 존재하기에 환율 불안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우리에게 안정적이지 못한 흐름을 이어가는 환율은 국내 기업들의 설비 투자 및 가계 소비 위축과 맞물려 중장기적인 경제 성장 동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 불확실성의 빠른 해소가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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