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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노인의 위험한 연대

입력 2025.01.08 20:52

수정 2025.01.0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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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노년의 모습은 ‘명랑한 동네 할아버지’다.

무루 작가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라는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호기심과 감수성을 잃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유대 안에서 독립된 개인으로 나답게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대다수 할아버지의 공통점은 웃음은커녕 얼굴에 표정이 없고 말이 없고 재미가 없다. 우리나라만 그런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가 보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노인주택과 요양시설을 돌아보고 왔다. 나는 남성 노인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어디든 남성의 비율은 20~30% 정도로 여성 노인이 많다. 여전히 가부장제 문화가 살아 있는 한·중·일 동아시아의 공통점인지 몰라도 일본의 남성 노인 역시 별로 말이 없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서비스제공형고령자주택의 소장은 남성 거주자의 커뮤니티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본인이 나서서 모임을 만들었다.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으니 할아버지들이 꼽은 1위가 ‘술’이란다. 다양한 취향과 활동을 즐기는 여성 노인에 비해 남자는 고작 술인가 하여 서글펐다. 술자리 모임 사진을 보여주는데 활짝 웃는 모습이 다들 행복해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그래, 무엇을 하든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이웃과 친구가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이 술 모임은 이제 운영진 개입 없이도 자조 모임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의문이 남기는 한다. 할머니들도 같이 마시면 더 좋을 것 같은데, 할머니들이 원치 않는 건지 할아버지들이 거부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외로운 노인의 존재는 사회적으로도 위험하다.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비상계엄 사태에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K팝이 흐르는 가운데 형형색색의 빛나는 응원봉을 들고나온 젊은이들은 축제 같은 분위기로 우리의 시위문화를 바꾸었다. 한편에서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찬송가가 흐르는 가운데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나온 노인들, 집회를 이끄는 자의 입에서는 저주와 혐오의 외침이 끝도 없이 터져 나온다. 모두 나라 걱정에 나왔지만 절대 어울릴 수 없는 비극적 모습이다.

노인들에게 태극기 집회는 단순한 정치집회가 아니다. 그곳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시민’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과거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안정된 사회질서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지받으며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정서·문화·종교를 아우르는 복합적 연대의 장이다. 그들의 나라 걱정과 정치적 목소리가 커질수록 우리 사회는 대립과 혼돈을 피할 수 없다.

노인들이 정치적 집회 외에도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을 만들자. 노인의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심리 상담, 정서적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자. 세대 간의 정치적, 문화적 대화의 장을 마련해 갈등을 완화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 노인들이 자신을 소중하게 돌보며 동네에서 이웃들과 명랑하게 어울려 지낼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자. 이것은 한국 사회의 진보와 세대통합, 사회통합을 위한 일이다. 늙음은 죄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소외된 노인의 아스팔트 연대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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