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시인
[임의진의 시골편지]나비야 나비야

“그러던 어느 날 호랑 애벌레는 먹는 일을 멈추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먹고 자라는 것만이 삶의 전부는 아닐 거야. 이런 삶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게 분명해. 그저 먹고 자라기만 하는 건 따분해.’ (…) 호랑 애벌레는 그 이상의 것을 찾고 있었습니다.”

트리나 폴로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은 ‘글을 읽을 줄 아는 애벌레를 포함하여’ 모든 이들이 읽은 책. 당신도 기억하리라.

연일 장글장글 따사롭다가 갑자기 얼어붙더니 순식간에 눈꽃 세상이다. 폭설 이후 며칠 대롱대롱 달린 눈꽃들. 꽃이 피었는데 나비가 안 보이네. 어딘가 사람 손톱만 한 고치를 만들어 봄꿈을 꾸고 있겠지.

나비를 쫓아다니지 말고 정원을 잘 가꾸면 스스로 찾아온다더라는 그 말 믿고, 도회지보다 자연을 벗하며 외진 데서 지냈다. 나비들의 모꼬지에 수시로 초대되어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 나비는 하도 먹는 게 작고, 속을 비우고 비워 하늘을 난다. 나비는 욕심이란 없이 ‘나’를 ‘비’워, 그래 나비인지도 몰라. 또 나비는 꽃분으로 몸을 치장하면서 저도 모르게 꽃식물이 번지는 일도 한다. 멀찍이 꽃으로 서서 무장무장 번지게 만드는 나비.

주구장창 부어라 마셔라 먹는 일에만 골똘하고, 자꾸 위로 자라기만 하려는 따분한 자들이 아랫목 싸움을 하며 세상을 흔들어댄다. 나비의 꿈을 꾸는 성깃한 가지 끝 ‘고치’를 불 질러 버리고도 늘 무죄 석방과 사면이라는 ‘도돌이표’. 갱죽이나 먹는 우리야 모르지. 그들의 성대한 만찬을. 이승에 뒹굴며 잘 먹고 잘 살렴. 나와 우리는 ‘나비야 나비야’ 하늘을 한번 날아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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