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한파로 얼어붙은 가운데 영하의 낮은 기온에 노출되면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의 건강 역시 위협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추운 날씨는 그 자체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므로 예방을 위한 기본수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한파가 몰아치는 건물 바깥으로 나갈 때 겪게 되는 급격한 온도 변화는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찬 공기가 피부에 닿으면 인체의 교감신경이 자극받아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은 올라간다. 온도가 낮은 곳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소변량이 증가하면서 체내 수분이 빠져나가 혈액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호르몬 분비까지 추위 때문에 자극받아 변화가 일어나면서 심장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겨울철 주의해야 할 심장질환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바로 관상동맥질환이다. 관상동맥은 심장이 온몸에 혈액을 공급할 수 있게 심장근육에 피를 보내는 중요한 혈관으로, 이곳이 막히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협심증은 동맥경화로 관상동맥이 서서히 막히는 질환이며, 갑작스럽게 혈전 등이 관상동맥을 막아 혈류가 멈추면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증상은 다소 다르다. 협심증은 혈관이 좁혀진 상태여서 계단을 오르거나 숨이 찬 신체활동을 할 때는 증상이 악화되지만 쉬거나 누워있을 때는 증상이 호전된다. 그에 비해 급성 심근경색은 움직임이나 태도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증상이 유지되는 특징을 보인다.
관상동맥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흉통이다. 콕콕 찌르는 증상과는 다르게 묵직하고 짓누르는 듯한 느낌 때문에 공포감이 느껴질 수 있는 통증이 발생한다. 환자에 따라서는 쥐어짜듯이 아픈 통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은 갑작스럽게 관상동맥이 막히는 상태여서 자는 도중에도 흉통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흉통은 대부분 식은땀이 날 정도로 심하며 3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을 다투는 응급상황이므로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가야 한다.
문제는 관상동맥질환을 비롯한 심혈관질환 대부분이 단순히 겨울 한파를 피하는 것만으로 예방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낮은 기온이 이미 잠재된 위험을 더 키우기는 하지만, 반대로 추위에 노출되지 않는다고 해서 평소 심혈관계에 누적된 나쁜 영향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왕도는 없다”며 “모두가 아는 것처럼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심장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려면 우선 채소·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이때 채소나 과일을 갈아서 주스로 마시면 영양소가 너무 짧은 시간에 흡수돼 오히려 대사과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등푸른 생선과 견과류 등을 섭취해 유익한 지방산 섭취는 늘리되 붉은색 고기에 함유된 동물성 지방이나 트랜스지방, 그밖의 과도한 염분과 당분 섭취는 줄일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관리 역시 심장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생활을 하며 생기는 적절한 스트레스는 일에 대한 자극을 일으켜 능률을 올려주지만 과로는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단,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핑계로 음주나 흡연을 하면 심장에는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대신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박창범 교수는 “스트레스를 피하고 가족들과 함께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심장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