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58위의 중견 건설사 신동아건설이 워크아웃을 졸업한지 5년여 만에 또다시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더 많은 건설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부도처리 되는 곳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기업회생 신청을 한 모든 건설사들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경영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을 살려 존속하게 하는 것보다 남은 자산이라도 청산하는 게 채권자들에게 유리하다 판단되면 법원은 언제든지 회생절차를 종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법원이 자체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회생을 신청한 전체 업종 가운데 건설사의 기각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회생법원이 2014년 4월부터 2019년 5월까지 5년간 접수된 법인회생사건 중 업종별 신청사건 1227건의 추이를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골프장업의 인가율이 77.78%로 가장 높고 건설업이 59.5%로 가장 낮았다. 인가율은 기업이 회생절차를 밟도록 법원이 승인하는 비율을 말한다.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은 사건을 개시한 후 ‘조사폐지’되는 비율이 30.5%로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업종은 식품제조업(16.7%), 기계제조업(20.3%)이었다. 조사폐지란 법원이 기업회생 개시결정을 한 후 조사위원들이 조사한 결과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아서 회생절차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건설업은 인가 후 폐지비율(9.3%)도 높았다. 인가후 폐지는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한 후에도 해당 기업이 회생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거나 회생절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회생절차를 종료(폐지)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 데이터를 분석한 김희동 당시 서울회생법원 판사는 보고서를 통해 “건설업은 조사폐지도 많이 되고, 인가후 폐지도 많이 돼 회생절차 성공이 가장 어려운 업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건설전문가들은 “제조업 등은 기업소유의 공장, 토지, 각종 자재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매각해서라도 기업을 살릴 여지가 있지만 건설업은 ‘책상과 종이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사실상 모든 것을 ‘빌려서’하는 업종”이라며 “매각할 자산이 다른 업종에 비해 적고, 상대적으로 유동자금 규모도 커서 회생신청이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회생절차를 완료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회생계획서상 건설업의 회생담보권액 비율은 2%로 전체 기업 중 가장 낮았다. 회생담보권액수가 많을수록 회생기업이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설사는 담보로 잡을 자산이 타 업종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게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반면 기타제조업, 비철금속제조업은 각각 33%, 31%로 상대적으로 회생담보권액 비율이 높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무너지고 있는 건설사들은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직접 시행까지 했던 곳들이 대부분”이라며 “책임준공을 조건으로 수주한 사업장들이 많은데, 상황이 안 좋아지니까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받지도 못하고 완공해야 할 현장이 많아진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