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

로봇청소기에서 휴머노이드까지···관세·제재에도 ‘존재감’ 과시한 중국 기업들

김상범 기자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에 전시된 중국 로봇회사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관람객과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에 전시된 중국 로봇회사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관람객과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의 인터넷 공유기 제조사 ‘티피링크’는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전시회 ‘CES 2025’에서 실외용 공유기를 선보였다. 눈·비 등 가혹한 날씨에서도 약 278㎡ 너비 공간에 최대 11Gbps(초당 기가바이트) 속도의 와이파이를 안정적으로 제공한다. 단독주택에 주로 거주하며 차고, 정원, 창고 등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하는 미국인들에게 이런 공유기는 필수다.

그런데 이 회사 제품은 조만간 미국 판매가 금지될 수도 있다. 티피링크 공유기가 중국 해킹그룹의 사이버 공격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미 정부가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미 IT매체 와이어드는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라우터(공유기) 회사가 현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지만, CES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기기를 발표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고 평했다. 티피링크는 미국 공유기 시장에서 점유율 65%를 차지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대규모 관세 장벽까지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번 CES에서는 그와 별개로 ‘메이드 인 차이나’가 미국 시장에 깊이 스며든 모습이 확인됐다.

중국 기업 관계자들은 무더기로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럼에도 1300여개의 중국 기업이 이번 CES에 참가했다. 전체(4500여개)의 4분의 1이 넘는 숫자다.

이번 CES에서 로봇청소기 등 가정용 로봇은 중국산이 꽉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로보락은 로봇 팔을 장착한 청소기 ‘사로스 Z70’을, 드리미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X50 울트라’를 출품했다. 중국 맘모션은 인공지능(AI)이 적용돼 울타리에서 2인치(2.6㎝) 떨어진 가장자리까지 정밀하게 잔디를 깎을 수 있는 로봇을 공개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모델이 중국 기업 엑스리얼의 증강현실(AR) 스마트글래스 ‘원 프로’를 써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모델이 중국 기업 엑스리얼의 증강현실(AR) 스마트글래스 ‘원 프로’를 써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라이다(LiDAR) 제조업체 ‘헤사이’도 소형 센서를 CES에서 공개했다. 이 라이다 센서는 무인 배달로봇, 잔디 깎는 기계, 로봇청소기 등 광범위한 가정용 로봇에 쓰일 수 있다. 공교롭게도 헤사이 역시 지난해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아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가 최근 해제된 바 있다.

오는 20일 공식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산 공산품에 대한 강력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지만, CES에 참가한 중국 기업들과 이들의 부스를 찾는 관계자들은 크게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심지어 CES 주최기관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의 게리 샤피로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관세는 미국 기업과 국민, 그리고 전 세계가 내는 세금”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TCL·하이센스 같은 TV 및 가전 제조사들은 미국프로풋볼(NFL)이나 국제축구연맹(FIFA) 파트너임을 강조하는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기존의 ‘중국색’을 빼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은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에는 (하이센스 등이)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제품군은 생활형 가전에서 점차 하이테크 라인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증강현실(AR) 회사 ‘엑스리얼’은 스마트글라스(지능형 안경) ‘원 프로’를, ‘샤오펑에어로HT’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2인승 플라잉카를 CES에 가져왔다. 로봇회사 유니트리는 인간형 로봇 ‘G1’을 전시했다. 키 130㎝의 G1은 사람들과 악수를 하거나 춤을 춰 보였다. 유니트리 로봇은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기조연설을 할 때 ‘휴머노이드 파트너’로도 소개된 바 있다.

국내 한 전자기업 관계자는 “중국의 속도는 정말 대단하다. (한국 기업들과)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보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있다”며 “앞서가는 입장에서 격차를 벌리기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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