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 전 무소속 의원, 허종식 민주당 의원,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이성만 전 무소속 의원(사진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경향신문 자료사진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돈봉투를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의원들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부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판결을 언급하며 이번 재판과 비교해달라고 주문했다. 항소심에서 ‘이정근 녹음파일’의 적법성을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재판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설범식)는 9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관석 전 무소속 의원,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허종식 현 민주당 의원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윤 전 의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대표가 당대표로 당선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에게 돈봉투 6000만원을 뿌린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의원과 허 의원은 윤 전 의원으로부터 각각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하다 이 전 부총장이 제출한 휴대전화에서 관련 녹음파일을 발견해 이들을 기소했다. 1심에서 이들은 모두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윤 전 의원은 송 대표 캠프 관계자로부터 돈봉투 6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징역 2년을 확정받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이정근 녹음파일’의 적법성 여부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의원들은 녹음파일이 위법하게 수집됐으므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이 녹음파일을 임의로 제출했고,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를 다른 사건의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는 취지로 판단해 유죄 증거로 인정했다.
그런데 전날 송 대표 판결에서는 이를 ‘위법수집증거’로 명명했다. 이 때문에 이 녹음파일은 더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에 “앞선 판결에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된) 증거가 우리 사건의 증거와 어느 정도 겹치는지, 원 제출자가 (녹음파일을 제출하면서) 우리 사건에서는 어떻게 말을 했는지 정리해달라”고 말했다. 송 대표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이 검찰 수사 상황에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한 점 등을 고려해 검찰에 임의제출한 증거가 아니라고 봤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녹음파일을 제출하는 과정에 강압이 없었던 점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 당시 상황을 증언할 수 있는 증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 수사 과정에서 강압은 전혀 없었고 (이 전 부총장은) 변호인과 함께 상의해서 제출했다”며 “임의제출 결정 과정에 함께 있었던 교도관, 수사검사, 이 전 부총장 본인 등을 증인으로 추려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허 의원 측은 돈봉투가 교부된 회의실에 대한 현장검증을 신청하기도 했다. 허 의원 측 변호인은 “회의실 환경 자체가 돈봉투를 받기에 정말 부적절하다”며 “(재판부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면 돈봉투를 수수할 곳이 아니라는 것을 좀 더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7일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