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과 나눴던 대화 내용 공개
제품 개발 경쟁력에 자신감 피력
‘피지컬 AI’ 향후 협력 가능성 시사
“AI는 선택 아닌 필수” 거듭 강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최근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 요구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SK 전시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늘 만나 사업과 관련한 여러 논의를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최 회장이 CES 현장을 찾은 건 2023년과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최 회장은 “그동안은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개발 속도보다 조금 뒤처져 있어서 상대편(엔비디아)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해달라는 것이었다”며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를 조금 넘고 있다는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가서 뒤집힐지 모르지만 ‘헤드 투 헤드’로 서로 빨리 만드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게 HBM에 대해 나온 전체 얘기였다”고 했다. SK하이닉스의 개발 경쟁력에 자신감을 나타낸 셈이다.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온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5세대 HBM인 HBM3E 8단을 업계에서 처음 납품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최초로 HBM3E 12단 양산에 들어갔다.
최 회장은 황 CEO가 지난 6일 CES 기조연설에서 ‘물리(피지컬) 인공지능(AI)’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황 CEO와 피지컬 AI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조금 더 논의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물리 AI란 로봇·자율주행차같이 AI 기술을 물리적 장치에 적용해 자율적이고 지능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최 회장은 한국이 AI 산업 경쟁에서 뒤처져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AI는 선택사항이 아니고 인터넷 환경이나 증기기관처럼 모든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 변화를 만들고 있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전선에 서서 변화를 이끌어갈 것이냐, 따라갈 것이냐에 경제적 부침이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회장은 “지금은 AI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프라와 사람 등 기본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 의존하게 되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게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