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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기억 안 나는 사람

부산의 송정섭 기사님(왼쪽 사진)과 하루에도 수백 겹의 풍경을 품는 차창. ⓒ이훤

부산의 송정섭 기사님(왼쪽 사진)과 하루에도 수백 겹의 풍경을 품는 차창. ⓒ이훤

목적지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는 사람을 알고 있다. 일하는 동안 대개 손님을 등지고 있는 자들.

택시 기사는 근무시간 동안 가로 1.8m, 세로 1.6m의 몸을 갖게 된다. 1평이 조금 안 되는 면적이다. 하루 12시간 동안 그들은 호출받는다. 기사들은 동시에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자다. 택시를 기다렸던 누군가 올라탄다. 미터기가 돌아간다. 시민이 여기서 저기로 흐르는 동안 도시는 조금씩 재조립된다. 타지에서 온 부부, 익숙한 병원으로 향하는 노인, 광장으로 가는 젊은이가 택시에 올라탄다. 개인이 가진 소일거리와 그날 일정부터 그가 겪게 될 사회와 탑승객의 역사가 통째로 택시를 통해 운반된다.

매일 이동하는 자들은 웬만하면 길을 아는 자들이다. 동시에 매번 모르기도 하는 자들이다. “이 길로 가면 2분 더 빠르긴 한데, 내비(게이션)대로 가드릴까요?”

택시는 기사만큼이나 승객에게 속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쩌면 다시 만나지 않을 타인이 기사들의 근무지를 드나든다. 내향적인 승객은 대부분 고요함을 선택한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서 택시를 타기도 한다. 인사가 끝나면 헤드폰을 쓴다. 누군가는 감각을 차단하는 한편 누군가는 30분 내내 업무 전화를 한다. 가끔 술자리에서 있었던 담화가 오간다. 개인적이고 떠들썩한 말들이 한 사람에게는 기억되고 한 사람에게는 잊힌다. 택시는 말이 하차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승객들은 많은 걸 택시에 두고 내린다. 무선 이어폰, 동전, 욕설과 근심과 비밀들. 너무 많은 비밀들.

기사도 가끔 고요함을 선택한다. 비용이 뒤따른다. 시간과 돈이라는 기회비용이다.

한편 택시라고 해서 언제나 쾌적한 건 아니다. 수시로 급정거하는 차량에서 내려 나는 자주 속이 메슥거린다. 라디오 소리가 너무 크거나, 다짜고짜 경적을 울려 놀라기도 한다. 택시 타고 귀가하던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아 불안했던 적도 있다.

택시의 경험은 매번 다르다. 그 시공간은 운전대를 잡은 사람에 따라 매우 달라진다. 택시를 뭉뚱그려 내 안에 하나의 이미지로 압착하지 말자고 어떤 다짐을 반복한다.

택시 기사는 우리를 움직이는 주체인 동시에 우리에게 가장 덜 보이는 사람이다. 거의 보지 않아서 목적지에 도착하면 얼굴이 기억 안 나는 사람. 만났지만 익명으로 남게 될 사람의 차 안에서 우리는 오늘도 어딘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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