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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의 종언과 새 시대의 출발

유시민 작가 말처럼,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윤석열의 계엄 선포 당시 ‘이것은 국헌문란이며 내란이다’라고 외친 자들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국가 안위를 다루는 국무위원과 국방을 책임진 최고위 장성들이었다. 명문대와 사관학교 출신 또는 외국 유학을 경험했거나 학생을 가르친 엘리트들이며, 국민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자들이었다. 그러나 마비된 판단력으로 전 국민 경전인 헌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국민의 공복을 자처한 자들이 주인을 배반했다.

우리는 전도된 현실을 목격한다. 국법 파괴자가 오히려 철옹성을 쌓고 법 운운하고 있다. 하수인들은 국격 추락의 원인인 윤석열은 제쳐놓고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한 온갖 구실을 찾고 있다. 거짓말, 은폐와 왜곡, 위선과 허위, 기회주의, 적반하장. 참으로 추하고 비열하다. 2030의 MZ세대는 그들을 질타한다. ‘국가는 국민을 버릴지언정 국민은 국가를 버리지 않는다’ ‘대구와 부산은 권력욕으로 뒤덮인 보수의 텃밭이 아니다’ ‘위기의 나라를 온몸을 던져 구하는 자들은 노동자, 약자, 여성들이다’라며 열변을 토한다. 대의를 무너뜨리고 정의를 짓밟은 자들에게 철퇴를 내리지 않고, 불의와 부조리에 타협한 자들을 심판하지 못한 역사의 후과가 바로 윤석열의 탄생이라고 질타한다.

구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익과 공익, 파시즘과 공화, 불평등과 공정, 분열과 통합의 투쟁에서 후자가 전자를 밀어내고 있다. 이 전선에 앞장선 젊음이 이 나라의 수호신임은 이제 정칙(定則)이 되었다. 류관순, 전태일, 박종철 등 각 대학이나 지역사회에 한둘쯤 서 있는 청년들의 묘비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 민주주의는 청년들의 불굴의 저항정신으로 구축된다. 미안해하는 노인들 또한 한때의 젊음을 정의의 횃불로 불태워 이 나라의 어둠을 밝히지 않았던가.

광화문에서 청년들의 천둥 같은 고함소리에 파묻혀 안국동 쪽으로 행진하며, 나는 ‘왜 젊은이들이 사회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들이 맘껏 누리는 자유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일까. 그렇기도 하겠지만 청년의 정치철학은 역사에서 언제나 명료했다. 그들은 칸트가 주장한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갖췄다. 타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모든 종교가 금과옥조로 삼는 황금률이다. 디지털 유목민이자 원주민인 그들은 세계시민의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중시하고, 개성과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삶의 목표다. 윤석열류의 약육강식의 자유에 대항하는 보편과 중용을 구현할 MZ세대의 자유가 승리하고 있다.

청년들은 권력의 공적 기능이 마비될 때 어떤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세월호와 이태원의 집단적 참사 다음은 바로 자신이 될 것임을 예견한다. 몰염치하고 부도덕하며 반역사적인 인물들이 사회를 지배하며, 국지전을 일으켜 정적들을 탄압하고, 반란을 혁명으로 둔갑시켜 역사책에서나 보던 왕의 출현을 볼지도 모른다. 하여 그들은 국민들에게 욕망을 선택하지 말고 사람을 선택하라고 주문한다. 이 사태의 결말을 끝까지 주시하는 그들은 이 나라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은박담요를 덮어쓴 젊은이들의 ‘한남대로 키세스 시위대’는 흡사 고고한 선사(禪師) 모습 같다. 독선과 아집의 타락한 정치를 끝내려는 수행자다.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있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 나라는 대개혁되어야 한다. 승자독식을 제어하고, 공공(公共)의 사회철학을 수립하며, 공동체에 대한 책임 윤리를 고양하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저항권을 백성의 권리로 명문화하여 사욕에 눈먼 위정자들이 연단에 못 서게 해야 한다. 동서양의 성현들은, 정치의 목적은 인간의 선함과 덕성에 기반해 사회적 도의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곧 이 나라를 이끌 젊은이들이 공동체를 어떻게 가꿔가야 하는가를 묻는 거대한 정치적 학습의 장이 되고 있다.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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