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끝은 몰라도 돼>(문정희·아침달)
시 ‘빈 거리’의 일부다. 시 속 사람들은 자신의 리듬으로 걷기보다는 휴대전화에 끌려가듯 움직인다. “스물세 살 같은 땀방울/ 열세 살 같은 새로 솟는 깃털/ 세 살 같은 반짝이는 이빨” 같은 생명력 넘치는 인간적인 요소들은 이제 첨단 기기가 점령한 도시에서 굳이 언급하기 “쑥스러운” 옛것으로 전락했다.
시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마무리된다. “끝내 만날 일 없는 발자국들과 발자국들이/ 누더기 햇살 속을 어른거린다/ 휴대전화끼리 속이고 사랑한다/ 휴대전화끼리 축의금과 조의금을 주고받는다/ 병원으로 화장장으로 도깨비불들이 날고 있다.”
시는 진정한 위로나 연결을 갈망할 때조차, 교감과 진심이 간단한 메시지와 이모티콘으로 대체되는 현실을 비춘다. 인간적인 것들이 사라지고, 휴대전화 속에 갇혀 버린 현대인의 쓸쓸한 초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