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이 원래 수련하던 병원에서 다시 수련받길 원할 경우 올해 3월부터 복귀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입영 대상이었던 전공의가 수련을 재개하면 수련을 모두 마친 후에 입영할 수 있도록 별도의 방안을 마련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의사 수 증원을 비롯한 필수의료 개혁 작업을 완전히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전공의들이 수련을 재개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에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직 전공의가 복귀하는 경우 차질 없이 수련이 이뤄지도록 조치하겠다”며 “현재 전공의 수련 규정은 사직 후 1년 내 복귀를 제한하고 있으나 전공의가 사직 전 수련한 병원과 전문과목으로 복귀하는 경우엔 수련특례 조치를 통해 이러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말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 중 다수는 7~8월 중 수련병원에서 사직서가 수리되면서 수련을 정식으로 중단했다. 현재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8.7%로, 1만3531명의 수련대상 중 1173명만이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수련 규정대로면 사직 전공의들은 원래 병원에서 오는 3월부터 수련을 다시 이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는 사직 후 1년 이내에 동일 과목·동일 연차 모집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련 특례가 적용되면 1~2월에 있을 올해 상반기 레지던트 추가 모집 시 지원해 기존 병원에서 수련을 재개할 수 있다.
정부는 복귀 전공의에 한해서는 입영 연기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다. 전공의는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돼 있어 퇴직 시 병역법에 따라 입영 대상자가 된다. 만약 다음달 국방부로부터 입영 통보를 받으면 3월 복귀는 불가능하고, 복귀하지 않고 군대에 가려고 해도 입영 대기자가 많아 언제 입영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복지부는 국방부, 병무청과 협의해 사직한 의무사관 후보생이 복귀해 수련을 재개하면 수련을 마친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하기로 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 같은 특례를 발표하면서 전공의와 의료계에 대한 사과의 뜻도 밝혔다. 이 부총리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에 대한 비상계엄 포고령 내용은 정부의 방침과는 다르다”며 “포고령 내용으로 상처 받은 전공의 분들과 의료진분들께 진심 어린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특례 적용과 관련해 정부가 의료계에 특혜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더 우선적인 것은 우리가 정말 환자들을 생각할 때 의료개혁을 빨리 완수하고, 지금 어려운 점들을 빨리 해소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정부가 대승적인 결단을 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원점’에서 협의할 수도 있다고 밝히며 의료계에 손을 내밀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주요현안 해법회의’에서 “의료계가 대화에 참여해 논의해나간다면 2026년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도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의대 증원은 이미 결정났지만, 내년도 증원은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해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전공의, 교육과 수업문제로 고민했을 교수와 의대생 여러분들께도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도 직접적인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정부가 이처럼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으나, 사직 전공의들이 수련을 재개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수련특례 관련 기사를 올리고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전공의를 한낱 노동력으로만 치부하고 있다. 전공의가 요구한 것은 그게 아니다”라고 적었다.
의료계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서 추진 중인 필수의료 개혁을 중단하고 의료계와 재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9일 의개특위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비급여·실손보험 개혁방안에 대해서 10일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