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1월 6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다시 집행에 나설지 주목한 하루였습니다. 앞서 지난 3일에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다가 대통령경호처에 막혀 실패했었지요.
대통령 관저 앞은 언젠가부터 사진기자의 주요 출입처가 됐습니다. 뭐가 있든 없든 일단 가보는 곳이지요. 체포 등의 상황을 대비하는 차원이기도 합니다. 관저 진입로가 보이는 곳을 이날 찾았습니다. 앞서 체포 시도가 있은 이후 이 보조 출입문 앞에는 원형 철조망이 추가로 설치됐습니다. 체포 재시도 가능성 때문이지요. 철조망 지나 철문, 철문 지나 버스 벽이라는 3중 저지선을 드러내는 사진을 윤 대통령 체포영장 만료일 아침 신문 1면에 실었습니다.
■1월 7일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한 내 집행하는데 결국 실패했습니다. 공수처는 이날 유효기간 연장을 위한 체포영장을 법원에 재청구했지요. 집행 만료일인 이날 새벽 국민의힘 40여명이 관저 앞에 집결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1차 표결에 불참하거나 반대 의사를 밝힌 친윤석열계와 대통령실 출신이 추축이 된 이들은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내겠다며 모였습니다. 공수처가 이날 오전에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관저 입구를 막아선 여당 의원들 사진을 1면에 썼습니다. 기억하시는지요? 지난해 경향신문 12월 9일자 1면에는 탄핵 투표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의 인물사진을 실었습니다. 그때처럼 이날 관저 앞 의원들의 얼굴이 골고루 잘 나오는 사진을 골랐습니다.
■1월 8일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았습니다. 앞서 한 차례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가 맥없이 물러나 거센 비판을 받았던 공수처는 이번에는 반드시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체포영장 집행 성공 여부는 공수처의 존폐와 직결된 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날 오동운 공수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습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1차 집행 실패에 대한 의원질의에 “국민들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2차 영장 집행이 마지막 영장 집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준비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오 처장의 표정 사진을 1면에 실었습니다. 실패의 곤혹과 성공의 다짐 같은 게 느껴지는 표정으로 읽힙니다.
■1월 9일
용산 관저에 칩거 중인 대통령의 모습은 그간 볼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관저를 빠져나갔다는 ‘도피설’이 제기되기도 했지요. 대통령이 나타났습니다. 이날 오마이TV가 촬영한 영상에는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오후 12시53분쯤 관저로 이어지는 도로의 진입 차단 구역까지 내려왔습니다. 양팔을 흔들고 다리를 넓게 벌려 걷는 모습은 익숙한 대통령의 모습이었지요. 그럼에도 ‘추정되는 인물’이라고 쓴 것은 출처인 매체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실의 누구도 확인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상 캡처사진을 제공받아서 1면에 썼습니다.
관저 외부에서는 관저 진입도로와 아주 일부 구역만 볼 수 있습니다. 두문불출하던 대통령이 카메라로 볼 수 있는 바로 그 지점까지 왔다는 건 의도한 게 아닐까요. 전날 국회에선 “숨거나 도주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 인물이 대통령인지는 확인해주지 않은 채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으로 이 매체를 고발했습니다.
■1월 10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뱅대 수사단장(대령)이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쟁점인 경찰이첩과 관련해 박 대령에게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이 없었고, 이첩 중단 명령은 부당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선고 직후 박 대령은 “채 상병 죽음의 억울함이 없게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방부는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고, 민주당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 수사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고 대변인 성명을 냈습니다. 빨간 장미를 받아 든 박 대령이 군사법원을 나서는 모습을 1면 사진으로 선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