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생존자가 당시 정근식 위원장의 발표를 들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https://img.khan.co.kr/news/2025/01/11/news-p.v1.20250109.b8b369353cff446794c6df2f3d801c00_P1.jpg)
2022년 8월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생존자가 당시 정근식 위원장의 발표를 들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주간경향] 부산 영도구에 살던 일곱 살 꼬마는 친구들과 세발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영도대교 건너 남포동 일대와 자갈치시장을 자주 쏘다녔다. 1975년의 어느 날도 그런 날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영도대교를 달리다 건널목 앞에서 신호가 바뀌었다. 친구들은 먼저 달려 나간 뒤였다. 홀로 남아 신호등 색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소년 앞에 화물 탑차가 멈춰 섰다. 훗날 설수영씨(56)가 “골백번도 더 떠올리는” 인생이 바뀐 순간이다. “갑자기 물건처럼 들려 탑차 안으로 내던져졌어요. 그 안에 이미 적지 않은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설씨의 형제복지원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설씨는 군대식 생활을 하며 형제복지원 내 건설 현장 등에서 강제노역을 했다. 구타는 일상이었다. 누군가 밥을 흘리면 아이들 전부가 몇 시간이고 토끼뜀을 뛰었다. ‘줄빠따’ 신고식에선 평생 다리를 저는 장애도 갖게 됐다. 도망친 아이가 죽도록 맞은 뒤 “거적에 싸여 수레에 실려 나가는 장면”도 여러 번 봤다. 거적에선 피가 뚝뚝 흘렀다.
몸이 성치 않았던 소년은 1978년 다른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형제복지원과 달리 학교도 보내주는 곳이었다. 그러나 늘 불안했다. “여기도 처음에는 가만히 풀어줬다가 형제복지원같이 나를 또 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따라다녔다. 결국 이 보육원을 도망쳐 나왔다.
그 후 47년이 흘렀다. 법정의무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세상에 홀로 던져진 소년의 인생은 험난했다. 신문 배달, 음식 배달, 일용직 등으로 생계를 어렵사리 이어나갔다. 10년 전 뇌출혈까지 얻어 말도 어눌해졌다. 지금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홀로 살고 있다.
“만약에 그 일이 없었더라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설씨에게도 꿈은 있었다. 노래를 잘 불렀기에 “트로트 가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달콤한 상상도 해본다. 3년 전, 47년 만에 상봉한 동생에게는 이미 장성한 자녀들이 있었다.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평범한 행복 앞에서 그는 눈물이 났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을 겁니다. 그 화물차가 제 앞에 서지 못하도록, 힘이 닿는 데까지 달려서 친구들처럼 건널목을 건널 겁니다. 그러면 제 인생은 달라졌을까요.”
■법정에서 만난 국가의 얼굴
지난해 12월 3일 반헌법적 계엄이 선포되고 해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다수의 시민에게 국가폭력의 그림자는 다시 옅어지고 있다. 그러나 설씨와 같은 과거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국가는 여전히 잔인한 얼굴이다. 2022년 8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판단했고, 설씨 등 490명은 이 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 대한민국’은 용서를 구하는 대신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라고 맞섰다. 국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1심에서 이기면 항소했고, 2심에서 이겨도 상고했다. 그중 피해자 28명이 낸 소송 2건은 현재 대법원까지 올라가 있다. 정부는 1심에서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된 또 다른 형제복지원 소송 21건에 대해서도 모두 항소했다.
피해자들은 묻는다. “가해자인 국가가 왜 피해자와 싸워 이기려 합니까”(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때 피해자가 받는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우리가 죽어 배상 책임이 없어질 때까지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설수영씨). 또 다른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김의수씨는 정부의 판결 불복 움직임을 접하고 지난해 11월 자살을 시도했다가 닷새 만에 어렵게 깨어났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만난 ‘국가의 얼굴’을 형제복지원 사건을 중심으로 들여다봤다. 국가폭력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의 태도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현 대통령과 기이하게 닮았다.
![1987년에 찍힌 부산시 형제복지원의 전경 / 경향신문 자료사진](https://img.khan.co.kr/news/2025/01/11/news-p.v1.20250109.e2b9aba2b52e4f149bb728388e962190_P1.jpg)
1987년에 찍힌 부산시 형제복지원의 전경 / 경향신문 자료사진
■배상 책임, 왜 부인하나
국가기관(진실화해위)으로부터 국가폭력 피해자임을 인정받은 이들에게 정부는 어떤 논리를 대며 손해배상 책임을 부인할까. 형제복지원 1·2심 소송에서 정부가 펼친 변론을 보면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피해사실의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논리다.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형제복지원 소송의 경우 정부는 특히 ‘개별 공무원의 범법행위를 지목해 피해를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국가 측 변호인이 지난해 8월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에는 이런 주장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개별 공무원의 직무위반 행위를 특정하여, 이로 인한 국가배상 책임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합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는 말한다. “피해자들이 어떤 공무원에 의해 거기(형제복지원)에 들어가게 됐는지를 증명하라는 겁니다.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거죠. ‘거리에 있다가 갑자기 합동 단속 차량에 실려서 가 봤더니 형제복지원이었다, 나오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증언입니다. 누가 자신을 잡아갔는지 피해자들이 어떻게 지목합니까.”
시계를 되돌려 1975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내무부는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라는 훈령(내무부 훈령 제410호)을 제정한다. 시·군·구청과 경찰로 구성된 단속반이 부랑인으로 지목한 사람은 어떤 형사 절차도 없이 무기한 강제 수용할 수 있는 훈령이었다. 부산시는 심지어 같은 해 형제복지원과 위탁계약을 체결해 형제복지원이 직접 부랑인을 단속할 수 있도록 했다. 형제복지원은 아이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였고, 그럴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설씨와 같은 피해자들이 느닷없이 형제복지원에 감금된 이유다. 50년 전 아이였을 때 겪은 일이다. 설씨와 같은 피해자들이 자신을 잡아들인 시·군·구청 공무원, 경찰, 형제복지원 직원을 지목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부산시에 있던 형제복지원의 식당 전경 / 경향신문 자료사진](https://img.khan.co.kr/news/2025/01/11/news-p.v1.20250109.6fb34c30124f442ba6786f32007fb3a9_P1.jpg)
부산시에 있던 형제복지원의 식당 전경 / 경향신문 자료사진
‘가해 공무원의 범법행위를 특정하라’는 정부의 요구엔 진실화해위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가 깔려 있다.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진실화해위는 피해 당사자의 진술, 형제복지원의 신상기록 서류, 피해자 주변인의 진술, 형제복지원 생활을 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내부 상황 설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490명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정부는 국가기관인 진실화해위가 인정한 피해자에게 ‘피해를 다시 입증하라’고 요구한다.
‘피해자가 가해 공무원을 특정해야 국가가 배상할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는 1심 재판부에 의해 기각됐다. 그러나 정부는 항소심에서도 같은 주장을 다시 펼쳤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이 사건 훈령의 적용·집행 과정에서 수많은 공무원의 행위가 개입되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 현재 위 공무원들의 위법한 직무 집행을 특정하거나, 그들의 고의·과실을 개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위 요건들을 엄격히 요구하게 되면 국가 작용에 의한 원고들의 기본권 침해가 명백함에도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판결에 불복해 지난해 11월 28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2022년 8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https://img.khan.co.kr/news/2025/01/11/news-p.v1.20250109.ed913034da1e44e68b3ec0fdea69eae3_P1.jpg)
2022년 8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관련 기자회견에서 한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국가가 배상책임을 외면하며 내세우는 또 다른 논리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 소멸’이다. 정부는 형제복지원 소송에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아 시효가 소멸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형제복지원의 인권 유린 실태가 드러나 원생 3000여명이 퇴소 조처된 1987년으로부터 5년을 넘었으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에 가깝다. 2018년 헌법재판소는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조작 의혹 사건’에 정부가 주장한 것과 같은 ‘장기 소멸 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실제로 1심 법원은 헌재의 이런 결정과 대법원 판례를 들어 정부 주장을 기각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정부는 이번엔 ‘단기 시효’(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내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하는 시효)의 소멸을 주장했지만, 이 역시 ‘억지 변론’이다. 국가폭력 사건에서 단기 소멸 시효는 ‘진실화해위 결정으로부터 3년’으로 판례가 확립돼 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시효가 소멸했다”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는 왜 재판에서 뻔히 기각될 주장을 펼치며 피해자에 맞서는 것일까. 어쩌면 정부가 가장 마지막으로 내세우는 방어 논리에 진짜 이유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피해자가 요구하는 배상액 혹은 1심에서 인정된 배상액이 과다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정부의 ‘논리 구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재판 장면이다. 법정에 출석한 이향직 대표가 기록한 내용이다.
■재판부조차 “이것은 2차 가해 아닌가요”
재판부 “피고(대한민국) 측 서면을 보면, 불법행위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건가요?”
정부 측 변호인 “(생략) 저희가 추가로 하고자 하는 부분은 1심에서 기본적으로는 피해사실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거나 진실화해위 조서 내용을 특별히 문제 삼진 않았었는데요. 1심에서 인정된 금액(손해배상액)이 너무 커지다 보니까 (원고들이 이 사건의 피해자에 해당하는지) 해당성 여부에 대해서 다투는 것으로 방향이 (정부와) 얘기가 되어서….”
재판부 “한마디만 드리면, 이제 와 뒤늦게 (원고들의 피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변론) 한다는 것은 2차 가해 아닌가요. 2021 가합 사건입니다(2021년에 시작된 소송이라는 뜻).”
지난해 8월 22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재판이 열린 서울고등법원의 한 법정. 선고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정부 측 변호인은 원고들이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맞는지를 따져보는 것으로 “(정부와) 얘기가 됐다”고 말한다. 이유는 “1심에서 인정된 금액이 너무 커서”다. 재판부조차 “2차 가해가 아니냐”고 꼬집을 정도로 가해자로서는 뻔뻔한 태도다.
1심에서 인정된 배상액은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원. 이 소송의 피해자들은 대개 3~4년간 수용돼 있었기 때문에 3억원 안팎의 배상액이 인정됐다. 이들은 아동기에 가족과 생이별한 채로 수용돼 법정의무교육 기회를 박탈당했다. 상당수는 지금까지도 생계수단이 일정치 않고 일부는 평생 장애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정부 측 변호인은 지난해 8월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1심 기준에 의한 위자료 산정 시 국가 예산이 최소 20조원 이상 소요되는바, 판결에 따른 위자료 지급 의무가 확정되면 국가 재정 문제가 심각해져 예산상 한계로 인해 긴급한 재정투입이 필요한 비상상황에 대한 국가의 대응 능력이 저해될 우려가 있습니다.”
20조원이라는 금액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2022~2024년 진실화해위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로 인정된 이들은 총 490명이지만 1975~1986년 형제복지원 수용자 총 규모는 3만8000명이다.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진실화해위에서 피해자로 인정된 이들 외에 부산시의 형제복지원 피해자종합지원센터에 피해를 접수한 인원까지 다 합해도 약 1200명으로, 정부의 20조원 운운은 말이 안 된다”고 말한다.
설사 3만8000명이 모두 나서 배상을 요구한다 해도 정부에게 이를 거부할 명분이 있을까.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추진했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 등을 담은 세법 개정안은 고소득자 세 부담을 4년간 20조원 넘게 줄여준다. 고소득층에 20조원을 안겨주는 법 개정을 추진할 때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 “국가 예산의 한계”를 왜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들이댈까.
■한동훈 약속은 ‘쇼’였나
국가폭력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태도를 바꾸려던 때도 있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있던 2022~2023년 법무부는 ‘대학생 강제징집·프락치 강요 사건’ 등 7건의 국가폭력 사건 소송에서 항소·상고를 포기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국가의 책임이 명백히 확인된 이상, 신속하게 재판을 종료하여 피해자들의 피해를 회복(하게 하겠다)”, “국민의 억울한 피해가 있으면 진영논리와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바로잡겠다.” 당시 보도자료에 적혀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말들이다. ‘피해자 친화적’ 법무부로 거듭나려는 노력에 박수가 쏟아졌지만 기미는 ‘반짝’이었다. 2023년 말 형제복지원을 시작으로 삼청교육대, 선감학원 등 다른 국가폭력 사건들에서 법무부는 줄줄이 항소·상고하고 있다.
법무부의 태도는 왜 후퇴했을까.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소송에서 왜 상고했는지를 묻자 법무부는 이렇게 답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현재 다수 사건이 법원에 계속 (심리) 중이고, 이번에 최초로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사건이 다른 사건들의 선례가 될 수 있어, 이에 관한 상고심의 판단 및 기준 확립을 통하여 향후 형제복지원 사건에 관하여 피해자 간 형평에 반하지 않는 일관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하려고 상고하게 되었습니다.”
형평성을 저버리는 것은 오히려 법무부다. 삼청교육대 피해자 등을 대리하고 있는 이영기 변호사는 말한다. “한동훈 전 장관이 사과하고 항소를 포기했던 ‘대학생 강제징집·프락치 강요’ 사건의 경우 이후 이어진 소송들에서 정부는 일체 항소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학생 출신이 아닌 민중이 피해를 입은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삼청교육대 사건에서는 거의 다 악착같이 항소를 하고 있어요. 배상액이 아주 형편없이 나오는데도요. 이건 계급 차별 아닙니까.”
과거사 사건을 오랫동안 다룬 또 다른 변호사는 “한동훈 전 장관은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법정에서 다투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박수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변화는 없었다”면서 “결국 쇼한 것 아니면 무엇이냐”고 말했다.
재판에선 누구나 어떤 변론이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는 다르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는 국가폭력 사건에서 이 의무를 저버리고 시민의 삶을 짓밟았다. 1975년 부산 영도대교의 건널목에 서 있었던 설수영씨에게 진 빚을 갚으려면 국가는 그에게 50년의 세월을 되돌려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상, 적어도 국가에 국가폭력 피해자를 더 아프게 할 ‘자유’는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