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던 여권 권력 핵심축 ‘쌍권’ 등 검찰 출신 일색…보수 운명 짊어져
탄핵 심판 결정 후 그들의 리더십 무너질 가능성…여당 미래 밝지 않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1월 9일 비대위 전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https://img.khan.co.kr/news/2025/01/12/news-p.v1.20250109.56207b4ba0ae4b9f8f47a59629012734_P1.jpg)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1월 9일 비대위 전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주간경향] “정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이다.”
국민의힘 관계자 A씨는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정치라는 게 검사 출신이 처음부터 잘하기 힘든 분야”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으로 ‘정치의 쓴맛’을 본 인사는 내란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윤 대통령뿐만 아니다. 지난해 12월 16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지난해 4월 총선 참패 이후 두 번째 정치적 시련을 맞이했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난파선처럼 기울어가던 여권 권력의 핵심축 역시 검사 출신 정치인으로 채워져 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라는 ‘쌍권’ 지도부가 대표적이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와 주진우 당 법률자문위원장, 유상범 법사위 간사 등 ‘탄핵소추 정국’에서 법률적 정치 행위를 해야 할 인물도 검사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올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큰 홍준표 대구시장과 한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상 당을 장악하고 있거나 향후 당을 이끌 정치인이 거의 ‘서초동 검찰청사’를 거친 이들인 셈이다.
보수정당, ‘육법당’서 ‘여의도 지검’으로
과거 군사독재 시절 보수정당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지도부로 구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법조인들이 가세해 ‘육법당(陸法黨)’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다가 육사 출신이 물러가고 검사 출신이 대거 보수정당에 들어와 한때 ‘서울중앙지검 여의도지청’ 또는 ‘여의도지검’으로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보수정당 지도부가 이렇게 검사 출신 일색이 된 것은 극히 드문 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정치평론가)는 “검사 출신 여권 권력 핵심인사들이 지금 보수의 운명을 사실상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여권 권력, 보수 몰락 자초할까](https://img.khan.co.kr/news/2025/01/12/news-p.v1.20250109.7e14fb5f90854d459e95d5909a254a95_P1.jpg)
최근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안에서 버티는 상황이라든지,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44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관저 앞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나선 것도 검사 출신 ‘쌍권’ 지도부가 당을 이끄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검사 출신 정치인들이 유독 보수정당에서 지도부 인사가 될 수 있는 것은 보수정당의 권위주의적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위계질서를 존중하는 검찰문화가 보수정당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엄 소장은 이를 ‘퇴행적’·‘구시대적’이라고 비판하며 일종의 ‘검사의 냄새’라고 표현했다. A씨는 “검사 출신은 특정대학 법대, 사시 몇 기라든지 특수통 같은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데, 정치를 하면서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이들은 검찰에서 범법자의 과거를 캐물었지, 국가의 미래를 논하는 데 익숙지 않다”면서 “게다가 범법자 또는 율사만 만날 뿐 그 외의 사람들과 접촉할 시간이 없었기에 쌍방향 의사소통에 서툴다”고 평가했다. 민주주의적 정치문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도 검사 출신 의원이 많아졌다. 하지만 운동권이 주류인 민주당에서 이들은 권력의 중심에 진입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자중지란에 빠질 것 같았던 여당은 그나마 ‘계엄 반대, 탄핵 반대’라는 방어선으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쌍권 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다. 김철현 교수는 “박근혜 탄핵 경험으로 보수정당은 ‘분열이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그 때문에 보수 분열의 위험은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 결정을 내리고 나면, 윤 대통령과 ‘쌍권 지도부’라는 검찰 출신 정치인의 리더십이 한순간에 무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60일 이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지금 검사 출신 중심의 여권 권력은 점차 몰락해가는 검찰의 운명과 무관치 않다”면서 “어떻게 보면 기득권을 지키려는 마지막 몸부림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윤·한 아직 검사 DNA 갖고 있어 정치 쓴맛
전문가들은 검사 출신 정치인에 대해서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처럼 바로 지도부에 영입된 정치인과 밑바닥을 거쳐 지도부가 된 정치인을 구분했다. 김 교수는 “홍 시장과 권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는 이미 5선의 정치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검사스러움’을 벗어난 인사”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나름대로 정치적 실패를 경험해 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지만,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는 아직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홍 시장과 권 비대위원장·권 원내대표가 정치인 DNA를 갖고 있다면,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는 아직 검사 DNA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 검사 출신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혹독하다. 김 교수는 “검사적 시각에서 보면 윤 대통령에게 이재명 대표는 범법자였을 뿐”이라면서 “이 대표와의 정치적 대화를 협치가 아닌 ‘뒷거래’로 생각하는 한 올바른 정치가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윤 대통령은 계엄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훈련이 전혀 안 된 정치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보수정당의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엄 소장은 “한 전 대표 역시 정치적 통찰이 부족해 결국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차기 대선후보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