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자들의 꿈과 다짐···“투박한 진심으로, 포기하지 않고, 오래오래 쓸 것”

박송이 기자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자 인터뷰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남의현(왼쪽부터), 문학 평론 부문 당선자 송연정, 시 부문 당선자 안수현씨가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남의현(왼쪽부터), 문학 평론 부문 당선자 송연정, 시 부문 당선자 안수현씨가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 해의 시작과 함께 문학에도 새롭고 힘찬 물결이 일고 있다. 올해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안수현 시인, 남의현 소설가, 송연정 문학평론가가 그 주인공이다. 독자들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은 이들은 각자의 작품으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9일 세 명의 당선자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안수현 시인이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시상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문재원 기자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안수현 시인이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시상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문재원 기자

안수현 시인 “선한 관점과 투박한 진심으로 시와 삶을 지어가겠다”

안수현 시인에게 시는 언제나 함께 하는 존재였다. “인지할 수 없는 순간부터 시를 읽었다”라는 그는 “한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동시도 많이 읽었고, 중고등학생 때에도 혼자 쓰기도 하고 동아리에서 함께 쓰면서 여러 방면으로 잘 쓰고 싶어서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그의 시는 심사평에서 “소소한 일상에서 빚어지는 생활의 감각이 돋보인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 시인은 “어렵고 복잡한 이론서를 읽으며 지식을 단순히 입력할 때보다, 사소하더라도 일상 속에서 직접 관찰하고 경험해볼 때 큰 감명을 받을 때가 많다”라며 “제가 사랑하는 것들, 익숙하지만 가끔은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 정말 이해가 안 돼서 꼭 이해해보고 싶은 것들이 시의 소재가 된다”라고 말했다.

당선작 ‘토마토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도 지난 여름 토마토를 먹다 혀에서 뻣뻣한 싹의 감각을 느끼면서 쓰게 됐다. 그는 “제 몸을 먹고 자라나는 작은 그 싹이, 외롭게 이 삶을 버텨내는 엄마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라며 “제 몸 하나 믿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러면서도 언제나 딸의 행복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며 그 시를 쓰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그에게 시는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맞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용기이기도 하다. 그는 “죽음이란, 수많은 우연으로 성립된 제 존재가 최소한의 연결고리마저 잃어버리는 순간 맞이하게 되는 소멸이다. 그 죽는 순간, 의식이 끊기는 순간을 생각하면 정말 죽을 듯이 두렵다”라며 “짧고 작은 생을 이 세계에 조금이나마 남겨두고 싶은 마음, 어떻게든 무엇이든 이곳에 새겨넣고 싶은 욕심으로 쓰는 것이 시”라고 설명했다.

최근 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시인으로서는 시작이지만, 학생으로서는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운 좋게 두 정체성이 잘 맞물려 엮여가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청탁 건으로 찾아주시는 분들께 진실한 시로 보답하고, 학교 밖으로 나가 다른 일들도 경험해보면서 바쁘게 지내려 한다. 바쁘지만 건강하게, 열렬하게 사는 것이 제가 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 쓰려는 마음보다는 선한 관점과 투박한 진심으로 계속 시를, 삶을 지어가 보겠다”고 덧붙였다.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남의현 소설가가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시상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남의현 소설가가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시상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남의현 소설가 “살아가는 일을 열심히 바라보기. 포기하지 않기. 그것에 대해 쓰기”

남의현 소설가는 조해진 작가의 소설 <빛의 호위>를 읽고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소설 안에서는 빛이 제 상상만큼 아름답게 느껴졌고, 빛을 통해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재밌고 이상했어요. 그래서 소설을 계속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2019년, 서울예대 재학 중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당선작 ‘관희는 거울 거울은 관희’는 가난하고 아픈 연인이 산책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작품 속 화자는 산책 아르바이트에서 평범하면서도 조금씩 특이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과의 교류는 화자의 내면에 작은 파동을 일으킨다. “앙상한 기틀을 가지고 문학적 풍성함을 더하는 감각이 돋보인다”라는 심사평처럼 감각적인 문체와 독창적인 묘사가 울림과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남 소설가는 작품의 설정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가족이 아파서 대학병원에 자주 다녔던 경험이 작품 설정의 토대가 되었어요. 커다란 병원에서 가족과 걸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죠. 걷는 일이 나를 힘들고 슬프게 만든다. 걷는 일이 힘들고 슬프다는 게 이상하다. 그래서 걷는 일이 힘들고 슬픈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고민하다가 ‘산책 아르바이트’라는 설정을 떠올렸어요. 사랑하는 가난한 두 사람이라는 설정은 그 이후에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작품 속 화자와 연인 ‘관희’는 서로 닮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관희는 거울 거울은 관희’라는 대구의 제목은 서로 닮은 두 사람이지만, 다른 존재이기에 같아질 수 없는 두 사람을 의미한다. “내 삶이 힘들고 슬플 때는 거울을 보는 게 힘들잖아요. 내 얼굴을 보면 내가 힘들고 슬프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들여다봐 주는 일이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제일 그럴듯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거울 같은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계속 바라봐 주는 일도 마찬가지고요.”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내가 살아가는 일을 열심히 바라보기. 포기하지 않기. 그리고 그것에 대해 쓰는 것이다”라는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포부를 밝혔다.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 평론 부문 당선자 송연정 문학평론가가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시상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 평론 부문 당선자 송연정 문학평론가가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시상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송연정 문학평론가 “‘작가에게 텍스트를 빌린다’는 감각으로···오래오래 쓸 것”

송연정 문학평론가의 ‘디렉터스 코멘터리: ( )로부터-백은선론’은 슬픔과 사랑을 중심으로 백은선 시인의 시 세계를 분석한 글이다. 그는 백은선 시인의 작품을 서점에서 처음 접했던 경험을 회고하며, “시집을 살지 말지 결정하는 기준 중 하나가 시인이 사랑에 대해 말하는 방식을 엿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랑의 역사’라는 시를 펼치게 되었고, 완전히 매료되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한 시인의 시 세계를 모두 소화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백은선 시인의 시가 보여주는 슬픔의 포즈에 대해서라면 부족하게나마 말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었는지 묻자, 그는 “슬픔에서 시작해 사랑에 다다르는 구조가 너무 쉽게 나온 것은 아닌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기어코 사랑에 대해 말하고야 마는 이 버릇이 혹여 누군가의 슬픔이나 고통을 축소하거나 심지어는 방치하는 것은 아닐지 앞으로도 성실하게 고민하며 스스로를 의심해야 하겠지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생각들을 외면하지 않고 당연하고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은 곧 슬픔에게 말을 건네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평론의 원칙에 대해 그는 “텍스트를 도구처럼 취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텍스트로부터 읽어낼 수 없는 이야기나 텍스트를 넘어서는 변론을 펼칠 경우, 그것은 ‘궤변’으로 전락해버린다”라며 “좋은 이야기를 할 수만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늘 ‘(작가에게 텍스트를) 빌리고 있다’라는 감각을 지닌 채 평론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평론가로서 첫발을 내디딘 그는 “오래오래 글을 쓰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지도 교수님께 당선 소식을 전해드렸더니, 이것저것 다 챙기려다 보면 몸이 상하거나 글이 상한다는 조언을 해주셨다”라며 “몸도 글도 상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며 신선한 글을 오래도록 써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Today`s HOT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개막식 앞둔 모습 많은 눈이 쌓인 미국의 모습 심각한 예멘의 식량과 생필품 부족 상황 오염 물질로 붉게 물든 사란디 개울..
항공기 추락 잔해 인양 작업 높은 튀니지 실업률, 취업을 요구하는 청년들
11명 사망한 스웨덴 총격사건, 임시 추모소 현장 8년 전 화재 사고 났던 그렌펠 타워, 철거 입장 밝힌 정부
발렌타인데이를 앞둔 콜롬비아의 철저한 꽃 수출 인도 어부와 상인들의 삶의 현장 2월 흑인 역사의 달을 기념하는 저스틴 트뤼도 총리 비바람과 폭풍이 휘몰아치는 미국 상황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