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내란특위 외환유치죄 진상조사단 기자간담회에서 단장인 정동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외환죄’ 카드를 꺼내고 본격적인 여론전을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지지부진하고 탄핵 국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내란+외환’ 총공세를 펴며 국면을 반전시키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외환죄를 추가한 내란 특검법(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이번주 내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 내란특위 외환유치죄 진상조사단은 12일 출범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외환유치 의혹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대북전단·오물풍선·무인기’가 모두 북한 도발을 유도하는 장치였다면서, 윤석열 정권이 이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고 보고 있다.
조사단장을 맡은 정동영 의원은 외환죄 의혹을 앞장서 제기하고 있다. 그는 “이번 쿠데타는 내란죄와 외환죄 양방향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환죄는 내란죄보다 엄중한 천인공노할 범죄로, 실행됐다면 나라가 절단 났을 것”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외환을 유치해서 그것을 빌미로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라며 “윤석열 쿠데타는 악성 쿠데타”라고 강조했다. 또 “1996년 총풍 사건은 미수에 그친 대선용 기획에 불과했지만 윤석열의 북풍공작은 전쟁을 유발하려는 것이었다”며 “원점 타격이 실행되고, 북한이 이에 맞대응을 했다면 전면전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의원은 “북한으로부터의 공격을 유도해서 국내적인 어떤 목적을 도모한다고 하는 것은 한·미 연합방위 체제가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하고도 관련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전협정 위반인지 아닌지,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불가피한 위협을 초래한 거 아닌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출신인 박선원 의원은 북방한계선(NLL) 도발 유도 및 원점 타격 계획 등에 대해선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서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박 의원은 북한이 헌법상 외국이 아니기 때문에 외환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여당 주장에 대해 “북한은 이중적 존재”라며 “국방백서엔 주적으로 표현돼있고, 유엔에 동시 가입한 외국”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헌법은 북한은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나, 국제법상 북한의 지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부승찬 의원은 “북한이 지난해 10월12일 대북전단 사진을 공개한 바 있는데, 국군심리전단에서 이와 똑같은 대북전단을 보유하고 있다가 폐기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미뤄지고 수사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보수 진영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자 내란죄뿐 아니라 외환죄까지 강조하며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를 2주 앞두고 지지부진한 탄핵 국면에 변수를 만들어보려는 노력이다. 민주당은 새로 발의한 내란 특검법에서 여당이 반발해온 야당 단독 추천 등을 철회하며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수사 대상은 외환죄를 추가하며 오히려 넓혔다. 민주당은 외환죄를 추가한 특검법을 오는 13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킨 후 14일 또는 16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다만 여당에서도 자체 특검법 발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협상의 여지는 열어뒀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여당의 공식 입장으로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일종의 간보기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선 민주당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며 “서로 합의된 안을 만들 수 있다면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