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지 엿새째인 12일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에 포토라인이 쳐져있다. 이준헌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12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에 관해 심사숙고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 체포에 또 실패하면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전반이 큰 타격을 받는 데다 공수처는 존립 위기에 직면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체포에 성공하더라도 공수처 수사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윤 대통령이 입을 열도록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은 지 6일째인 12일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동운 공수처장을 비롯한 수사팀 대부분은 이날 출근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체포영장 집행 때 투입할 경력·장비 동원 규모 등 협의를 이어갔다. 공수처 관계자는 “집행과 관련한 법리 검토에 주력하고 있다”며 “경찰과 집행 계획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체포영장 집행 준비는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중 윤 대통령 체포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은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의 사퇴로 처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해 체포 방침을 세웠다. 그는 전날까지 경찰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김 차장은 ‘김건희 라인’으로 알려진 강경파다. 경찰과 공수처는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경호처 대오가 흐트러지는 걸 기대한다. 다만 공수처 관계자는 “경호처 지휘부에 대한 조사 일정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 때 5시간여 만에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수사권 논란에도 검찰과 경찰에 요구해 윤 대통령 수사를 넘겨받았지만, 정작 수사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이번에도 윤 대통령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 체포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수사는 불법’이라는 주장을 더욱 강하게 제기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수사보다 먼저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한 뒤 수사팀과 면담하면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사실상 헌재 결정 이후로 체포영장 집행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과제가 기다린다. 윤 대통령 측은 이미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에서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하며 “차라리 조사 없이 기소하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수처가 이런 윤 대통령을 상대로 의미 있는 진술을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구속영장 청구·발부 및 기소까지 주어진 시간은 최장 20일이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수사하더라도 기소는 검찰로 넘겨야 한다. 검찰은 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아 기소를 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 대한 자체 조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