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로베이스 협의” 사과…수련·입영 특례도 제안
의료계, 2026년도 정원 결정 전 ‘대화 재개’ 현실론 확산
정부가 복귀 전공의에 대한 수련 특례 등을 제안하고 의료계에 거듭 사과를 하면서 의·정 대화가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물러선 만큼, 얼마 남지 않은 내년도 의대 정원 확정부터 의료계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확산하고 있다.
12일 의료계 목소리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정부의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에 드리는 말씀’ 발표 이후 대화 재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사직 전공의들이 원래 수련하던 병원에서 다시 수련받길 원하면 올해 3월부터 복귀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입영 대상이던 전공의가 수련을 재개하면 수련을 모두 마친 후에 입영할 수 있도록 별도의 방안도 마련한다. 지난 6일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6개 의료단체는 보건복지부에 사직 전공의들의 수련 복귀를 위한 수련·입영 특례를 건의했다.
정부의 사과가 이뤄진 점도 의·정 대화 재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주요 현안 해법회의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전공의, 교육과 수업 문제로 고민했을 교수와 의대생 여러분께도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의료계가 대화에 참여한다면 2026년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를 제로베이스에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2026학년도 정원을 확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 점이 의료계 입장에선 가장 큰 변수다. 현재 2026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은 지난해 수립된 교육부의 ‘선발인원 계획’에 따라 기존 3058명에서 2000명 늘어난 5058명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8일 “현재 법적으로는 2000명이 증원된 상태”라며 “이를 변경하려면 특별히 논의해서 공정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입 일정에 맞춰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하려면 2월 말까지는 논의가 마무리돼야 한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일단 대화에 나서자는 여론이 감지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관계자는 “정부와 협의가 쉽지는 않고 너무 힘든 과정이라 하더라도 대화는 해야 한다”며 “의사와 의료계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 내에 강경파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은 점은 대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당장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전공의는 “특례도 기존에 말한 전공의가 돌아오도록 하는 당근책의 재탕이고, 복지부에서 증원을 고수하고 있어서 실제 정부의 진심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