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겨울엔 동요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노래와 세상]겨울엔 동요

겨울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동요가 있다. 함박눈이 펄펄 내리면 어떤 노래보다 먼저 ‘눈’을 흥얼거린다. “펄펄 눈이 옵니다/ 바람 타고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하얀 솜을/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이태선 작사, 박재훈 작곡의 동요로 두 사람 모두 목사였다. 이들은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로 유명한 ‘여름 냇가’도 합작했다. 수년 전 캐나다에서 별세한 박재훈 목사는 “송이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꽃송이”(서덕출 작사)로 유명한 ‘눈꽃송이’도 만들었다.

겨울동요의 백미는 동화작가 이원수의 ‘겨울나무’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로 이어지는 노랫말은 동요를 넘어 인생철학을 담고 있다. 눈 쌓인 벌판 한가운데 외롭게 버티고 선 겨울나무가 떠오르면서 ‘설중매(雪中梅)’ 같은 품격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이원수의 호도 동원(冬原)이었다. 정세문이 작곡해 1957년 발표할 때 ‘나무야, 옷 벗은 겨울나무야’ 등 몇몇 구절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이 그치고 추위가 절정에 이르면 처마 끝에 주렁주렁 고드름이 달린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로 이어지는 노랫말은 ‘반달’ 작곡가 윤극영 작품이다. 1924년 어린이를 위한 창작동요를 보급하려 만든 동요이니 그 생명력이 100년을 이어왔다.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을 뚝 부러뜨려 으드득 깨물면 온몸으로 퍼지는 한기 때문에 부르르 떨기도 했다.

겨울해가 중천에 떠오르면서 고드름이 녹고, 언 땅이 풀리면서 질척거리기 시작하면 봄이 머지않은 신호였다. 우리네 삶에도 어서 동요와 같은 따스함이 스며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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