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는 봄이 제철인 먹거리다. ‘봄 조개 가을 낙지’란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겨울에 맛이 들어 이즈음에 많이 찾는 조개도 있다. 그중 하나가 ‘꼬막’이다.
꼬막의 어원과 관련해 “어린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 또는 “조그마한 사물을 귀엽게 이르는 말”로 쓰이는 ‘꼬마’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꼬막은 조개 중에서 크기가 작은 편에 속해 얼핏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언어학적으로는 ‘고막합(庫莫蛤)’이 변한 말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여기서 고막은 ‘작은 집에 사는 것’을 뜻하고, 합은 조개를 일컫는 한자다. 꼬마든 고막이든 작다는 의미는 일맥상통한다. 꼬막은 ‘안다미조개’로도 불린다. 안다미는 “담은 것이 그릇이 넘치도록 많이”를 뜻하는 순우리말 ‘안다미로’의 변형이다. 즉 크기는 작지만 속이 알찬 조개가 꼬막이다. 이런 꼬막을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즐겨 먹었다. 조선 순조 때의 학자 정약전이 전라도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지은 어류학서(魚類學書) <자산어보>에도 “크기는 밤알만 하며, 조갯살은 노랗고 맛이 달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꼬막이 옛 국어사전에는 ‘고막’으로 실려 있었다. 당시 ‘꼬막’은 사투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표준어와 사투리가 바뀌어 있다. 그 연유에 대해 소설가 조정래 선생과 관련한 일화가 전해온다. 근 40년 전 선생이 소설 <태백산맥>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을 때 당시 담당자가 선생에게 “소설 속의 ‘꼬막’을 표준어 ‘고막’으로 고치겠다”고 했으나, 선생이 “전라도에서 나는 것이니 그쪽 말이 바른말이다”라며 그냥 두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 <태백산맥>이 많이 읽히면서 꼬막은 표준어가 되고, 소설 속 무대 벌교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언어에서는 표준어와 사투리의 경계가 뚜렷하지도 굳건하지도 않다. 지금은 누구나 쓰는 골뱅이가 20여년 전에는 사투리였고, 내음(냄새)과 나래(날개)가 표준어가 된 세월도 10여년밖에 안 된다. 즉 사투리는 써서는 안 될 말이 아니라 글맛에 따라 당연히 써야 하는 말이고, 곧 표준어가 될 수도 있는 말이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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