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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과 민주주의 퇴행

행정권한 남용· 정적 낙인찍기로
스스로 독재자 반열 오른 대통령

양 극단으로 가는 분열의 정치 속
한국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건
당파 초월한 국가 비전의 제시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군사 쿠데타를 통한 것이었다. 한국은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를 포함하여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보다 최근에는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민주주의가 ‘퇴행’(backsliding)하는 과정을 맞이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민주주의 퇴행이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도자들이 행정 권한을 남용하여 권력을 확대하고, 견제와 균형을 약화시키며, 시민의 권리를 제한할 때 일어난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실패한 계엄령 강행 시도로 자유주의 통치를 훼손한 다른 독재자들(자이르 보우소나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로드리고 두테르테,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과 같은 반열에 스스로를 올려놓았다.

미국에 있는 한국 전문가들 가운데 그 누구도 윤석열의 민주적 통치에 대한 공격을 예견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한국에서의 한 가지 움직임-갈수록 확대되는 정치적 양극화-을 우려하였다. 한국 유권자는 역사적으로 비교적 중도적이고 온건했지만, 한국 정부는 최근 몇 개의 행정부를 거치는 동안 정책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2022년 대선은 지지율에서 매우 근소한 접전이자 치열한 다툼이었다. 경제적 불평등의 증가는, 내가 보기에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핵심적인 요인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양극화는 여러 가지로 정치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첫째, 정치적 입장들이 경직화하면 통치하기가 어렵다. 윤 대통령은 1987년 한국의 민주화 이후 역사에서 비교적 드문 극단적인 여소야대의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를 다루어야 했고, 이를 잘못 다루었다. 둘째, 양극화는 정치적 반대자를 적이나 외세의 하수인으로 낙인찍는 분열적 수사를 초래한다. 그리고 사회가 분열되면서 양 진영에 각각 속한 사람들은 왜곡과 노골적인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대체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에 빠져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이 결코 윤 대통령의 잘못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계엄령이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으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계엄령은 오로지 전쟁과 같이 가장 엄중한 국가 비상사태만을 위해 설계된 것이며, 그 경우에도 적절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하다고-만장일치로-인용해주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한국이 정치적 정상 상태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한국은 윤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초래하는 고통스러운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견뎌내야 한다. 이제 정당들은 이러한 정치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에는 보수적 정당과 진보적 정당 모두가 필요하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기 붕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중 절반가량이 결국 그의 지위(대통령) 유지가 불가능함을 인식하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재고하는 투표(탄핵소추안 찬성)를 했다. 슬프게도 국민의힘은 새누리당의 본보기를 따르지 않으며 필연적인 전환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윤 대통령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지금과 같은 대치 상황을 지속하라는 공개 메시지를 보내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도 책임이 있다. 특히 행정부를 장악하게 된다면 당파를 초월하여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의 계엄령은 동맹국과 파트너국들에 충격이었지만 회복력의 긍정적인 신호도 있었다. 일부 고위직 군, 보안 및 경찰의 우려스러운 개입에도 다른 이들은 윤 대통령의 행동 방침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지시대로 행동하기를 거부했다. 야당은 국회의 권위와 무결성(integrity)을 지키기 위해 결속하였고, 평화적 시위는 행정부의 권한 남용에 대한 궁극적 견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민주주의 퇴행에 직면한 회복력이 완전히 긍정적인 이야기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정치적 온도를 낮추지 않는 한, 오판과 행정부의 권한 남용의 위험은 지속될 것이다. 지도자와 시민 모두가 민주적 거래의 기본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즉, 분쟁은 상호 존중하며 정중하게 확립된 절차를 통해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미국인과 한국인은 이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는 민주주의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스테판 해거드 UC 샌디에이고 석좌특별명예교수

스테판 해거드 UC 샌디에이고 석좌특별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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