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여동생이랑 같이 계속 집 안에만 있었어요. 부모님은 일 나가셔야 하는데 우리가 밖에 나갔다가 길 잃어버릴까봐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걸어잠그고 나갔어요. 집에만 있으면 너무 심심하고 할 것도 없었어요. 반지하 창문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용을 썼던 것 같아요.”
그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말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와 이주인권단체들이 함께한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권 실태조사’를 위해 아이들과 부모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던 중 나온 이야기였다. 국립대 박사과정 학생이 되어 한국에서 이주아동과 어머니들을 돕는 활동을 열심히 해 온 그녀도 ‘미등록 이주아동’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체류자격이 없는 어린아이들은 집 안에서 조심조심 숨어 자랐다. 경찰의 눈에 띄어 신분이 탄로 나면 부모님이 잡혀간다고 했다. 잡혀서 출국되면 한국에는 5년이고 10년이고 못 돌아온다. 한 아이는 아버지가 잡혀갔다고 해 출입국사무소로 엄마와 함께 달려갔지만 결국 아버지를 못 만나고 생이별하게 된 일을 인터뷰 과정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학교와 동네 주민들은 미등록 이주아동을 받아들였지만, 그 외 영역에선 여전히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국내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법무부의 강제퇴거 조치를 중단하고 체류자격 심사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강제퇴거 대상이 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체류 형태에 대한 책임이 없으며, 국내에서 출생한 후 국내에 체류하며 한국의 초중고 교육과정을 이수했고, 대한민국의 언어, 풍습, 생활환경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해 왔으며,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법무부는 이 권고를 받고 두 차례에 걸쳐 국내 학교에 재학 중인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한시적 구제대책은 2025년 3월이면 끝이 난다.
4년의 한시적 구제대책 시행기간 동안 1000명 가까운 아동이 체류자격을 신청했고 유학(D-4) 체류자격 또는 기타(G-1) 체류자격을 부여받았다. 아동의 보호자인 부모는 아동의 양육을 위해 범칙금을 내고 체류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부여 조건을 채우지 못해 여전히 남은 이들이 있다. 체류자격을 부여받은 아동의 동생은 체류기간이 1년 모자란다는 이유로 미등록 상태로 남아 있고, 범칙금 납부 능력이 되지 않는 부모는 체류자격을 신청하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렛 어스 드림(LET US DREAM)!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체류권을 보장하기 위해, 아이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어 캠페인을 하고 있다. 한국의 선주민들은 더 이상 텃세 부리지 말고 한국에서 단단히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아동·청소년에게 체류권을 부여해야 한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교육하기 위해 한국땅에 살아남기를 선택한 부모들이 계속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자. 아이들이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 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약간의 마중물을 부어준다면, 함께하는 한국의 미래도 보다 더 밝아질 수 있다.

이진혜 변호사